
크리스 데이비슨 퍼미라 파트너(사진)는 작년 말 영국 런던 본사에서 한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대형 M&A 분야에서 연기금, 국부펀드와 같은 펀드투자자(LP)와 PEF 운용사 간 경계가 점점 흐려지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유럽 최대 바이아웃(경영권 인수) PEF 운용사인 퍼미라는 30년간 200개 기업에 투자해 연평균 23%(IRR:내부수익률)의 수익을 올렸다.
그는 지난해 8월 이뤄진 미국의 데이터통합회사 인포머티카 인수 건을 공동투자의 대표 사례로 들었다. 퍼미라는 캐나다연금투자위원회(CPPIB)와 공동으로 이 회사 경영권을 인수했다.
데이비슨 파트너는 “작년 1월 미국계 행동주의 헤지펀드 엘리엇매니지먼트가 지분 8% 보유 사실을 전격 공개한 뒤 경영진 사퇴를 요구하자 인포머티카 경영진이 회사 매각을 은밀히 진행했다”며 “기업 가치를 빠르고 정확하게 판단해 과감한 의사 결정을 할 수 있는 능력이 M&A의 성패를 가른다”고 강조했다.
퍼미라와 CPPIB가 인포머티카 경영권 실사를 한 뒤 주식매매계약(SPA)을 맺는 데까지 걸린 시간은 4주에 불과했다. 인수금액은 53억달러(약 6조2500억원). 이런 규모의 M&A는 최소 12주, 협상이 지연되면 1년 이상 걸리는 사례도 많다.
데이비슨 파트너는 CPPIB를 투자 파트너로 고른 이유에 대해 “최고 수준의 민간 운용사 못지않은 운용역으로 구성된 PEF 담당 조직을 체계적으로 운용하고 있다”며 “공동투자를 진행할 때는 연기금 운용역도 PEF 운용사와 같이 밤을 새워가며 협상 전략을 짜야 한다”고 말했다. 일부 연기금과 국부펀드는 자체적으로 투자 대상을 발굴하고 단독 투자에도 나선다고 소개했다.
그는 “LP들이 좋은 투자 기회를 잡기 위해서는 전문성 있는 현지 운용역이 신속한 결정을 내릴 수 있는 권한을 가져야 한다”며 “의사 결정을 차일피일 미루다 최종 단계에서 거절하는 LP들은 기피 대상”이라고 충고했다.
퍼미라는 국민연금공단과 한국투자공사(KIC) 등과도 공동투자를 추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데이비슨 파트너는 “2014년 약 5억달러에 인수한 영국계 패션브랜드 닥터마틴 경영권에 한국과 중국 등 아시아 기업과 PEF가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귀띔했다.
런던=좌동욱 기자 leftk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