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회사채 발행시장에서 기관투자가에 가장 인기를 끈 신용등급은 최상위인 ‘AAA’였던 것으로 나타났다. 대우조선해양 등 한때 AA급을 받고 있던 기업마저 대규모 부실 사태로 줄줄이 등급이 급락하자 금리는 다소 낮지만 안전성이 가장 높은 최우량 회사채에 매수세가 몰렸다는 분석이다. 증권사별로는 NH투자증권이 국내 주요 회사채 발행 주관사 중 가장 좋은 ‘흥행 성적’을 거둔 것으로 조사됐다.
‘AAA’ 경쟁률 2.52 대 1

한국경제신문 자본시장 전문 매체인 마켓인사이트(www.marketinsight.kr)가 지난해 이뤄진 223건의 회사채 수요예측을 전수조사한 결과, 신용등급 ‘AAA’ 회사채는 총 1조4000억원 모집에 3조5300억원의 투자금이 몰려 2.52 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AAA부터 BBB-까지 모두 10개의 투자 적격 등급 중 가장 높은 경쟁률이다.

‘AAA’와 함께 우량 등급으로 평가받는 ‘AA+’(1.65 대 1) ‘AA0’(1.81 대 1) ‘AA-’(1.5 대 1) 회사채는 모두 경쟁률이 2 대 1을 넘지 못했다. 이들 AA급은 시장금리 하락(채권 가격 상승)에 힘입어 회사채 발행시장이 활황을 보였던 2014년과 비교해 경쟁률 하락세가 뚜렷했다. 금리 매력이 부각되면서 2014년 경쟁률이 3.28 대 1까지 치솟았던 ‘A+’ 회사채도 작년에는 2.06 대 1에 그쳤다.

이 같은 양상은 작년 하반기 들어 대우조선해양 삼성엔지니어링 등 튼튼하다고 믿어왔던 대기업들의 신용등급이 줄줄이 강등되면서 ‘우량 등급 회사채도 더 이상 안전하지 않다’는 인식이 퍼진 결과라는 분석이 많다.

한국기업평가 한국신용평가 나이스신용평가 등 국내 3대 신용 평가사는 지난해 역대 두 번째로 많은 규모인 169건의 기업 신용등급을 하향 조정(부도 기업 제외)했다. 대우조선해양과 삼성엔지니어링은 지난해 대규모 적자를 발표하기 전보다 신용등급이 각각 6, 3단계 급락했다.

한 증권사 기업금융본부장은 “회사채 투자가 상당한 위험을 안고 있다고 생각한 기관투자가들이 자체 투자 적정 등급을 올리면서 AA급 이상 우량 회사채도 수요예측에서 미매각되는 사례가 속출했다”고 말했다.

NH證, 빅4 중 흥행 성적 1위

KB투자 대우 한국투자 NH투자증권 등 국내 채권발행시장(DCM) 주관사 ‘빅4’ 중 가장 높은 회사채 수요예측 경쟁률을 달성한 증권사는 NH투자증권이었다. 이들 4개 증권사의 국내 DCM 점유율은 60%에 달한다.

NH투자증권은 지난해 총 2조6100억원어치 회사채에 대해 수요예측을 시행해 5조3790억원의 투자금을 끌어모았다. 평균 수요예측 경쟁률은 2.06 대 1이었다.

KB투자증권은 2조1150억원어치를 모집해 4조3350억원의 투자를 이끌어냈다. 수요예측 경쟁률은 2.05 대 1로 NH투자증권과 0.01%포인트의 근소한 차이로 2위에 머물렀다.

한국투자증권과 대우증권은 발행을 대행한 회사채의 수요예측 경쟁률이 각각 1.8 대 1과 1.7 대 1로 3, 4위를 차지했다. 이들 두 회사는 지난해 전체 수요예측 평균 경쟁률(1.73 대 1)과 비슷한 성적을 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회사채 발행시장이 얼어붙은 상황에서도 NH투자증권과 KB투자증권은 뛰어난 회사채 세일즈(판매) 능력을 보여줬다”고 평가했다.

NH투자증권이 주관한 회사채 중 가장 인기가 높았던 종목은 영원무역(신용등급 A+)이었다. 작년 5월 발행된 이 종목은 신용등급이 오를 수 있다는 기대 속에 500억원 모집에 6배에 가까운 2700억원의 매수 주문을 끌어냈다. KB투자증권은 대성에너지 대상 태경농산(이상 A+) 등의 발행을 맡아 각각 모집액의 5배를 웃도는 수요를 모았다.

하헌형/이태호 기자 hh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