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산층의 꿈' 포니
현대차 독자 기술의 '포니'…4년치 급여만큼의 고가품
포니 타고 외식…'중산층 꿈'…이후 엑셀, 엑센트로 바뀌어
'대학생의 로망' 르망
1980년대 젊은이들의 르망…빨간색과 파격적인 디자인
2000cc 고성능 모델까지…한국GM, 크루즈로 명맥
'서민들의 자존심' 프라이드
저렴한 가격의 프라이드…해치백·세미오픈카 등 다양
자동차 소비층 확대 기여…기아차, 현재 3세대 출시
◆중산층의 꿈 ‘포니’와 ‘엑셀’
‘응답하라 1988’에서 찢어지게 가난한 서민으로 등장하는 김성균·라미란 부부는 인생역전을 맛봤다. 아들의 복권 당첨으로 일확천금을 쥐면서다. 요즘 말로 ‘흙수저’에서 ‘은수저’가 된 그들이 처음 장만한 게 바로 현대자동차의 포니2다. 1980년대 중산층의 꿈을 대변하는 상징물이었다. 김성균이 라미란 생일날 포니2에 열심히 광을 내고 외식하러 가는 모습은 1980년대 전형적인 중산층 가족의 풍경이다.
포니를 대체한 차는 엑셀이다. 이 드라마 속에도 등장한다. 극 중 고교생 바둑 기사로 나오는 최택 가족의 TV를 통해서다. 주말 프로그램인 토요명화가 시작되기 전 엑셀 광고가 보이고 TV 화면 속엔 ‘제3세대 승용차-엑셀’이라는 큼지막한 광고문구가 뜬다. 그 시절 최고 인기였던 ‘토요명화’와 ‘주말의 명화’ 같은 프로그램 앞에 자동차 광고가 나오고 있었다는 시대상을 보여준다.
하지만 네티즌 수사대들은 여기서 오류를 발견했다. 드라마 속에선 엑셀 광고가 1988년 가을에 나왔다지만 알고 보니 그때 엑셀은 태어나지도 않았다. 엑셀은 이듬해인 1989년에 출시됐고, 광고도 당연히 1989년에 제작됐다.
제작진도 할 말이 있다. 엑셀의 삼촌뻘 되는 ‘포니 엑셀’이 그 전에 나왔기 때문이다. ‘뛰어난 포니’라는 뜻의 포니 엑셀은 1985년에 태어났다. 한국 최초의 전륜구동형 자동차였다. 포니와 포니엑셀에 이어 제3세대 승용차라는 엑셀 광고가 제작된 때가 1989년이라 철저한 고증을 표방한 ‘응답하라 1988’에서 옥에 티가 된 건 사실이다.
이후 엑셀은 1990년대까지 인기를 끌다 이름을 현재의 엑센트로 바꿨다. 국내 소비자들의 눈높이가 높아지면서 엘란트라와 아반떼 같은 준중형차에 시장을 내줬고 ‘한국 중산층의 차’라는 직함은 쏘나타에 넘겨줬다.
◆젊은 프라이드와 르망
김성균·라미란 부부가 포니2 대신 뽑은 차는 엑셀이 아니었다. 당시엔 현대차와 남남이었던 기아자동차의 프라이드다. 1987년 3월 태어난 차다. 1500cc인 엑셀과의 경쟁을 피하기 위해 1300cc 소형차로 제작됐다.
프라이드는 잠시 리오라는 후속 모델로 교체됐으나 현대차그룹으로 편입된 뒤 다시 프라이드라는 이름을 되찾았다. 2005년과 2011년에 각각 베르나 플랫폼으로 2세대, 3세대로 거듭났다. 드라마에 나오는 원조 프라이드는 이란의 사이파라는 회사가 반조립 형태로 생산했다.
대우그룹이 기울면서 르망의 인기도 시들해졌다. 르망과 씨에로의 통합 후속 모델인 라노스가 1999년 첫선을 보였지만 큰 주목을 받지 못했다. 2002년 르망의 르네상스를 꿈꾸며 나온 칼로스도 큰 재미를 보지 못했다. 대우차에서 간판이 바뀐 한국GM에서 르망의 흔적은 소형차인 아베오와 준중형차인 크루즈에서 일부 찾을 수 있다.
정인설 기자 surisu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