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치 앞을 내다보기 어려운 글로벌 자본주의 격동 속에 전통 미디어 산업이 위기를 맞고 있다. 새로운 디지털 미디어의 잇따른 출현으로 신문, 공중파 방송 등 기존 언론사들은 갈 길을 잃고 있다. 미국, 유럽, 일본 등 선진국에 비해 시장이 적고 경쟁은 치열한 한국의 신문사들은 더 큰 위기에 봉착했다.

신문사들의 생존 비책은 없는 것일까. 올해 글로벌 미디어업계의 최대 뉴스는 일본을 대표하는 고급 경제신문인 니혼게이자이신문이 서구를 대표하는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를 인수한 것이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의 오카다 나오토시 사장은 11월30일 FT 매수 작업을 완료한 뒤 닛케이에 '닛케이· FT그룹 탄생, 질 높은 기사를 세계 독자에게' 제목의 글을 올렸다. 인터넷 정보 홍수 속에 새로운 비즈니스모델(BM)을 찾는 한국의 언론사와 독자들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전문을 게재한다.

'닛케이 FT그룹 탄생, 질 높은 기사를 세계 독자에게'

니혼게이자이신문의 영국 파이낸셜타임스 매수 절차가 11월30일 완료됐다.닛케이,FT그룹’은세계에 공식 탄생을 알렸다. 19세기에 창간한 두 언론사는 ‘품질 높은 최강의 경제 저널리즘’을 기치로 내걸고 역사적인 도전을 해왔다.

35년 전, 처음으로 출장간 영국 런던에서 선배기자를 방문한 일이 있다. 금융가인 씨티의 FT본사 빌딩에 닛케이 지국이 있었다. 핑크색 신문이 산더미같이 쌓인 사무실은 잉크 냄새가 진동을 했다.

닛케이와 FT는 2차 세계대전 종전 이후 오랫 동안 우호관계를 맺어왔다. 일본의 고도성장, 버블(거품경제) 붕괴, 1970년대 영국의 장기 불황, 대처 전 영국 총리의 대개혁 등의 시대적 부침이 있었다. 두 신문사는 가까워지기도 멀어지기도 하는 시기를 거쳤지만, 경제 저널리즘으로서 가치관을 공유하면서 ‘시장과 세계’의 실상을 추적해왔다.

최근 수년간 공동편집 특집, 심포지엄 등 교류를 확대해왔다. 두 언론사는 그 과정에서 저널리즘의 장래에 대한 양사 전략이 매우 유사하다는 점을 확인했다. ‘닛케이 · FT그룹’ 탄생 배경이다.

인터넷 혁명으로 세계 신문업계는 역사적인 대전환기를 맞고 있다. 신문의 쇠퇴를 주장하는 사람들도 많다. 하지만 옥석을 가리기 어려울 정도로 정보가 넘쳐나는 지금이야 말로 깊이 있고 신뢰할 수 있는 정보를 제공하는 신문의 역할이 더욱 커졌다.

새로운 미디어가 속속 등장하는 가운데 신문이 살아남는 길은 ‘퀄리티(질)’뿐이다. 공짜 정보가 넘쳐나는 인터넷 공간에선 얻을 수 없는 품질 높은 콘텐츠를 독자에게 제공해야 생존할 수 있다. 인터넷 시대를 맞아 신문사가 생존하는 유일한 방법이다.

인재와 인프라(기반 시설)에 지속적인 투자가 실행돼야 ‘퀄리티 저널리즘’의 목표를 달성할 수 있다. 뛰어난 취재기자와 편집기자의 육성을 위해선 장기적인 관점이 필요하다. 이와 함께 하루가 다르게 진화하는 디지털 기술과 노하우를 신문사 경영에 담아내는 과감한 투자도 필수적이다. 니혼게이자이신문과 FT는 함께 힘을 모아 목표를 향해 전진할 것이다.

글로벌화의 가속화는 미디어 회사들에 새로운 대응을 재촉하고 있다. 신흥국들의 대두로 미국, 유럽, 일본 주도의 기존 세계질서가 흔들리고 있다. 기업과 사람들도 성장 기회를 찾기 위해 국경을 넘어 아시아로, 아프리카로 달려가고 있다. 지역간 문화와 가치관의 충돌도 갈수록 증폭되고 았다. 글로벌적인 시점에서 세상사를 360도로 볼 수 있는 취재력이 신문에 요구되는 이유다.

닛케이는 최근 2년 동안 아시아지역 취재진을 대폭 확대했다. FT와 제휴해 영문매체인 ‘Nikkei Asian Review’를 강화해 일본과 아시아의 정보를 보다 심도 있고, 정확하게 세계에 알리고 싶다.

일본자본주의의 아버지로 불리는 시부사와 에이이치는 1889년, 닛케이의 전신인 ‘중외상업신보’에 기고문을 통해 “중외상업신보가 서구 유력 신문사들과 대등하게 경쟁할 수 있는 세계적으로 당당한 존재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금이야 말로 그의 기대에 응답하고 싶다. / 이상
[최인한의 일본 바로 보기]  신문이 살아남는 방법은 … 니혼게이자이신문 오카다 사장의 편지

최인한 한국경제신문 편집국 부국장 겸 한경닷컴 뉴스국장 janus@ha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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