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서울시교육청 종로도서관, 국내 최초 사립 공공도서관…문화재급 고서 2911권 소장
서울 사직동 사직공원 옆으로 돌아 들어가면 보이는 야트막한 언덕 위에 서울에서 가장 오래된 도서관이자 국내 최초의 사립 공공도서관이 자리잡고 있다. 서울시교육청 종로도서관이다.

일제강점기 관료이자 해방 정국 정치인 이범승(1887~1976)이 1920년 개관한 종로도서관은 원래 종로2가 탑골공원 옆 옛 한국군악대 자리에 있었다. 1968년 지금 자리로 이사해 50년 가까운 세월을 보낸 종로도서관은 95년의 역사를 자랑한다.

오랜 역사 속에서 각종 문화재급 고문헌을 보유하고 있는 도서관은 고문헌을 영구 보존할 수 있는 서고와 이용자들이 쉽게 검색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췄다. 또 역사적·지리적 특성에 맞춘 인문학 프로그램으로 호응을 얻고 있다. 종로도서관은 올 한 해 전국 도서관 운영실적 평가에서 높은 점수를 받아 최근 열린 전국도서관대회에서 국무총리 표창을 받았다.

종로도서관은 소장하고 있는 고문헌 덕분에 박물관 같은 인상을 준다. ‘국조오례의(예법서)’ ‘수차도설(농업서)’ ‘소문사설(조리서)’ 등 다양한 분야의 일반동산문화재 1847권을 포함해 고서 2911권을 보유하고 있다.

역사적으로 가치있는 유물을 보존하기 위해 종로도서관은 지난해 보존서고(사진)를 만들었다. 온도와 습도가 일정하게 유지되는 서고 속에 오동나무 상자를 이용해 훼손 위험을 줄였다. 보존에만 그치지 않기 위해 웹사이트를 구축하고 스마트폰 앱(응용프로그램)도 만들었다. ‘종로도서관 고문헌 검색시스템’을 이용하면 도서관이 소장하고 있는 고문헌, 근대 지지(地誌)자료, 근대 지도 등을 볼 수 있다. 김선희 종로도서관장은 “한국학이나 고서를 연구하는 사람들이 자주 이용한다”고 설명했다.

종로도서관은 경복궁과 사직단을 가까이 두고 있는 도서관답게 역사를 주제로 한 수준 높은 인문 강좌 프로그램을 운영해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종로구, 성균관대 유교문화연구소와 함께 진행하는 인문학 강연이 대표적이다. 지난 5~7월 성균관대 교수진이 ‘대학연의’ ‘한중록’ ‘칠보산병풍’ ‘창덕궁 벽화’ 등을 주제로 특강을 진행했다. 오는 12월에는 ‘조선전람회와 근대 문화’ ‘동궐도에 담긴 궁궐의 풍수지리’ 등을 주제로 강연이 열린다. 지난 5월 40석에서 80석으로 공간을 확장한 강의실(시청각실)에는 강연 때마다 수강생으로 붐빈다.

김 관장은 “오랜 세월을 보낸 도서관을 제집처럼 사랑하는 이용자들을 보면 항상 배울 점이 많다”며 “역사와 전통이 있는 도서관이란 명성에 걸맞게 좋은 자료를 원활하게 제공하는 데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박상익 기자 dir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