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수자원공사는 지난달 동유럽 흑해 연안의 조지아 공화국에서 ‘넨스크라 수력개발 사업’을 수주해 공사를 시작했다. 사진은 착공식에 참석한 이라클리 가리바슈빌리 조지아 총리(사진 왼쪽 다섯 번째부터)와 최계운 수자원공사 사장이 첫 삽을 뜨고 있다.
한국수자원공사는 지난달 동유럽 흑해 연안의 조지아 공화국에서 ‘넨스크라 수력개발 사업’을 수주해 공사를 시작했다. 사진은 착공식에 참석한 이라클리 가리바슈빌리 조지아 총리(사진 왼쪽 다섯 번째부터)와 최계운 수자원공사 사장이 첫 삽을 뜨고 있다.
러시아의 남측 코카서스 지방, 흑해 연안의 조지아(그루지야) 공화국에서는 지난달 한국수자원공사(K-water)가 대형 댐과 210㎿ 규모의 수력발전소 공사를 시작했다. 인구 약 450만명의 작은 나라인 조지아는 겨울철 난방 전력이 부족해 이웃 국가에서 높은 가격으로 전기를 수입하며, 여름에는 비만 오면 홍수로 몸살을 앓는다. 5년 후 완공되는 이 댐과 발전소는 조지아 국민 약 60만명이 사용할 수 있는 전력을 생산하고, 홍수 피해도 줄여줄 것으로 기대된다.

세계 물 시장 진출 박차

[혁신 공기업] 국내 기업과 손잡고 '1000조 세계 물시장' 진출 속도낸다
이 사업은 한국수자원공사가 추진하는 ‘넨스크라 수력개발사업’이다. 최근 수자원공사는 국내 하천·댐 등 수자원을 관리하는 기존 역할을 뛰어넘어 물과 관련된 여러 가지 신사업 영역을 개척하고 있다.

세계 물 시장 진출은 수자원공사의 중점 추진 과제다. 물은 인류의 생존과 행복한 삶을 위한 필수불가결의 기본요소로, 식량·위생·경제·삶의 질 등과 연계된 지구촌의 중요 정책 과제다.

경제적인 측면에서도 세계 물 시장은 글로벌 대형 기업들의 전쟁터다. 세계 1, 2위 물 기업인 프랑스 베올리아워터와 미국 GE워터, 독일 지멘스 등 글로벌 기업들이 개발도상국 시장에서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물 산업은 연관 산업의 규모도 크다. 독일은 지멘스를 중심으로 240개 기업이 사업에 참여해 연간 1만명을 고용하며 해외 수출 규모가 8조원(2013년 기준)에 달한다. 전문가들은 향후 10년 안에 세계적으로 물 산업이 주요 산업으로 성장할 것이라고 전망한다. 2025년에는 세계 물 시장 규모가 약 1000조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한다.

수자원공사는 초기에는 공적개발원조(ODA) 사업의 형태로 1994년 ‘중국 분하강 유역조사’를 비롯해 24개국에서 60개 사업을 완수했다. 이후 2009년에 국내 최초 해외 수력투자사업인 파키스탄 파트린드 수력발전 사업을 시작하고, 필리핀 앙갓댐을 인수하는 등 상업적 진출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민간투자사업(BOT방식)으로 시행하는 조지아 넨스크라 수력개발사업의 총사업비만 약 9억달러에 이른다.

지난 4월 대구와 경주에서 열린 ‘제7차 세계 물포럼’을 계기로 수자원공사는 국내 기업들과 손잡고 세계 물시장에 적극적으로 진출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코오롱그룹 두산중공업 GS건설 등이 개별적으로 물 산업에 진출하고 있지만 중동의 해수 담수화사업 등 특정 분야에만 쏠려 있다.

최계운 수자원공사 사장은 “한국수자원공사가 지난 반세기 동안 쌓아온 경험과 기술을 바탕으로 국내 기업들과 협력해 해외에서 높은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운영 관리, 서비스 부문에 진출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수공의 수입원 ‘신재생에너지’

신재생에너지를 활용한 발전은 수자원공사의 사업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며, 주요 수익원이다.

수자원공사는 1973년 소양강댐 수력발전을 시작으로 40년 넘게 물과 관련된 청정에너지 생산을 주도하고 있다. 작년 말 기준 수자원공사는 국내 신재생에너지 시설용량의 21%인 1341㎿의 설비를 운영하고 있으며, 신재생에너지 전체 발전량의 16%인 연간 22억㎾h의 청정에너지를 생산하고 있다.

설비용량 254㎿의 세계 최대 규모 시화 조력발전소와 수상 태양광 발전 설비가 대표적인 수자원공사의 신재생에너지 사업이다. 2011년부터 상업발전을 시작한 시화 조력발전소는 수차발전기 10기에서 연간 약 5억㎾h의 전력을 생산하고 있다.

수상 태양광 발전 사업도 활발히 추진 중이다. 합천댐 수상태양광 설비 등 2012년 최초로 상용모델을 개발한 이후 시화, 보령댐 등 여러 곳에서 사업을 벌이고 있다. 댐이나 바다의 수면을 활용함으로써 기존 육상태양광 설비로 인한 식생 훼손을 방지하고 국토를 효율적으로 이용할 수 있다. 또 수상태양광은 육상태양광에 비해 발전효율이 10% 이상 높다. 수면에 도달하는 햇빛을 차단해 녹조 현상을 완화하며, 어류의 산란에도 유리한 환경을 조성한다.

하천수에 포함돼 있는 물의 온도에너지를 회수해 건물, 주택의 냉난방에 이용하는 온도차 냉난방 사업도 추진하고 있다. 수도권 광역원수를 활용한 제2롯데월드 온도차 냉난방은 작년 10월부터 운영 중이다. 소양강댐 광역원수를 활용해 네이버 인터넷데이터센터(IDC)에도 냉방열을 공급하기 위한 타당성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수상 풍력 발전에도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시화방아머리 풍력발전소를 비롯해 경인항, 감포댐 풍력발전소 건설사업도 착공했다. 올 4월 준공된 감포댐 풍력 건설사업은 총 3개소(8㎿)를 운영해 연간 1만3738㎿h 전력 생산이 가능하다.

이현일 기자 hiunea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