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여성임원 간담회에 참석한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가운데)이 참석자들과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지난 3월 여성임원 간담회에 참석한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가운데)이 참석자들과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롯데그룹은 ‘2018 아시아 톱10 글로벌 그룹’의 비전을 발표한 후 국내외에서 사업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이에 미래 시장 변화에 능동적이고 창조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인재를 육성하고 조직문화를 개선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롯데는 2013년 ‘롯데그룹 다양성 헌장’을 제정했다. 롯데그룹 다양성 헌장은 성별·문화·신체·세대의 다양성을 존중한다는 내용이다. 다양한 사고를 지닌 인재들이 차별 없이 일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해 주는 것이 미래 경쟁력 확보를 위해 중요하다는 판단에서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여성의 사회진출 확대, 인구구성비 변화, 다문화가정 확산 등에 따라 사회 전반적으로 다양성에 대한 인식과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는 분위기를 반영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채용과정에서도 다양성을 존중하고 있다. 롯데는 2011년부터 신입사원 선발 시 고졸 이상 학력이면 누구나 지원이 가능하도록 지원 학력 제한을 대폭 완화했다. 올해 상반기 채용부터는 국가직무능력표준(NCS·national competency standards) 기반의 능력 중심 채용을 강화하기 위해 입사지원서에서 사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계정 등 기본사항뿐만 아니라 정보기술(IT) 활용능력, 수상경력, 기타활동(동아리 활동, 어학연수 등)과 같이 직무능력과 무관한 항목을 삭제했다. 모집 회사 및 직무의 특성상 필요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어학 점수와 자격증 제출도 요구하지 않는다.

롯데는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지시에 따라 2006년부터 여성 인력에 대한 채용을 적극적으로 시행하고 있다. 지난해 신입사원 중 여성 입사자 비율이 35%를 넘어섰다. 올해는 40%까지 끌어올리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2011년부터는 국방부와 협의해 국내 대기업 최초로 여군 장교만을 대상으로 한 특별 채용도 하고 있다. 여성 간부사원(과장급 이상)은 2008년에는 95명에 불과했지만 현재 870여명으로 크게 증가했다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신 회장은 올해 초 “여성 인재의 잠재력을 활용하고 여성 중간관리자들이 조직 내 핵심 인재로 성장할 수 있도록 주요 회의에 여성 인력을 반드시 배석하도록 할 것”을 지시하기도 했다.

여성인재들이 역량을 발휘할 수 있는 근무여건을 만들기 위한 노력도 하고 있다. 롯데는 2012년 9월부터 출산을 앞둔 여직원의 자유로운 육아휴직제도 이용을 위해 관련 시스템을 개선했다. 법적으로 육아휴직이 보장돼 있지만 워킹맘들이 회사 눈치를 보느라 관련 제도를 마음껏 이용하지 못하고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롯데 전 계열사는 그동안 희망자의 신청에 따라 사용할 수 있었던 육아휴직을 별도의 휴직 신청 없이도 출산휴가가 끝나는 시점에서 자동으로 1년간 사용할 수 있도록 신청 절차를 개선했다. 본인 희망으로 1년간의 육아휴직을 다 사용하지 않을 경우에만 회사의 별도 승인을 받아 육아휴직을 취소하는 네거티브 시스템으로 운영하기로 한 것이다. 롯데관계자는 “자동육아휴직제가 실시된 첫해에 육아휴직제를 사용하는 인원은 59%에서 91%로 크게 증가했다”며 “현재 연간 700명 정도의 직원이 육아휴직을 사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강영연 기자 yy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