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임스 W.P.캠벨 지음 / 윌 프라이스 사진 / 이순희 옮김
사회평론 / 328쪽 / 5만원
현대의 지식은 네트워크에서 생성되고 열람되지만 물리적 공간으로서의 도서관은 지식을 탐구하는 이들에게 여전히 꿈의 장소다. 도서관은 단순히 책을 보관하는 공간이 아니라 그 나라와 민족의 문화를 상징하는 존재인 동시에 사색과 배움의 터다.
전 세계 도서관의 역사적 배경과 의미, 건축적 특징을 한눈에 살펴볼 수 있는 책이 나왔다. 건축사학자인 제임스 캠벨과 사진작가 윌 프라이스가 세계의 도서관 82곳을 직접 방문해 쓴 《세계의 도서관》이다.
알렉산드리아 도서관처럼 흔적조차 남아 있지 않은 고대 도서관부터 중세, 16~20세기에 이르기까지 시기별로 세워진 다양한 도서관을 샅샅이 훑는다. 건축사학자인 제임스 캠벨은 학생 시절 영국 옥스퍼드대에서 가장 눈에 띄는 건물인 도서관 ‘래드클리프 카메라’에 관한 논문을 쓰다가 이 책을 처음 구상했다. 래드클리프 카메라는 원형 서고를 지닌 세계 최초의 도서관이다.
19세기 들어 인쇄 기술의 발전으로 출간 서적이 늘자 도서관은 여러 개의 방에서 하나의 건물이 됐다. 난방과 채광, 도서 목록 보관까지 다양한 기능을 수행해야 하는 독립된 기관이 된 것이다. 오늘날 도서관은 정형성에서 벗어나 다양한 모습을 띠고 있다. 미국 유명 사립학교 필립스 엑스터 아카데미 도서관은 커다란 콘크리트 원을 활용해 서고를 액자 모양으로 지탱하는 기이한 형태를 채택, 독창성을 살렸다. 열람 기능을 넘어 복합 문화 공간으로 발전하는 과정에서 디자인이 중요해졌다.
외관과 내부 디자인이 아름다운 여러 도서관들은 씁쓸하게도 사실 강자의 기록이다. 마야인들은 나무껍질을 찧어 만든 ‘아마틀’이라는 종이에 글을 썼지만 16세기 초반 유카탄 반도에 상륙한 스페인 사람들은 마야인들의 책을 불태웠다. 현존하는 마야의 책은 세 권으로 알려져 있다. 멕시코 중부 아즈텍인들의 책도 가톨릭 종교재판을 거쳐 불에 태워졌다. 고작 14권만이 전해 내려올 뿐이다. 21개국을 돌아다니며 직접 찍은 프라이스의 도서관 사진은 호사스러운 기분을 느끼게 해준다.
김보영 기자 w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