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상장사들에 대한 실적 추정치가 크게 빗나가면서 ‘부실 분석’ 논란에 휩싸인 증권사 애널리스트들이 몸을 사리고 있다. 보수적인 기업분석 보고서를 잇달아 내놓고 실적이 예상보다 좋은 기업에도 이전보다 깐깐한 잣대를 들이대고 있다. 대우조선해양, 네이버, 한미약품 등 간판주들의 ‘어닝 쇼크(증권사 추정치 평균보다 10% 이상 낮은 실적)’를 예측하지 못한 데 따른 비난을 의식한 움직임이다.

한국투자증권은 31일 2분기 ‘깜짝 실적(어닝 서프라이즈)’을 기록한 롯데케미칼에 대해 부정적인 보고서를 내놨다. 이 증권사 이도연 연구원은 “3분기 영업이익은 2분기보다 70% 이상 줄어들 것”이라며 ‘비중 축소’ 의견을 제시했다. 목표주가는 내놓지 않았다.

GS건설은 시장 예상치에 부합하는 2분기 실적을 발표했는데도 보수적 접근이 필요하다는 분석이 나왔다. 김기룡 LIG투자증권 연구원은 “실적은 개선됐지만 이익률 개선 속도는 더디다”며 목표가를 3만1000원에서 2만8000원으로 떨어뜨렸다.

김학균 KDB대우증권 투자분석부장은 “최근 주요 상장사에 대한 실적 예측이 크게 빗나가는 사례가 늘면서 애널리스트들이 심리적으로 위축돼 있다”며 “애널리스트들은 숫자(주가)를 맞히기보다는 기업의 본질적 가치를 분석하는 데 집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민지혜 기자 spo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