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틀대고 주저앉고 '슬랩스틱'…인간형 로봇, 아직 걸음마 단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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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준호의 로봇 이야기 (1) 재난 구조에 나선 로봇
차 운전·계단 오르기 등 불가능할 줄 알았는데…
3년 만에 임무수행…'끝없는 도전'이 만든 성과
오준호 < KAIST 기계공학과 특훈 교수·KAIST 휴머노이드로봇연구센터 소장 >
차 운전·계단 오르기 등 불가능할 줄 알았는데…
3년 만에 임무수행…'끝없는 도전'이 만든 성과
오준호 < KAIST 기계공학과 특훈 교수·KAIST 휴머노이드로봇연구센터 소장 >



그럴 때마다 관중석에서는 탄식이 쏟아졌다. 과장되게 표현하자면 “저 로봇들이 인류를 재난에서 구해주는 것이 아니라 당장 내가 뛰어들어가서 넘어진 로봇을 구해줘야 할 것” 같은 심정이었을 것이다.
우리가 평소 TV에서 보던 걷고 뛰고 층계를 오르고, 춤을 추는 완벽한 모습의 인간형 로봇이 아니었다. 연출된 환경에서의 모습과 실제 상황에서의 적응 능력이 크게 달랐던 것이다.

하지만 더 중요한 사실이 있다. DARPA가 대회 개최를 선언한 2012년만 해도 운전하고, 장애물을 제거하고, 전동 공구를 다루고, 계단을 오르는 로봇은 세상에 없었다. 대회에 대한 설명을 들은 공학자들이 말도 안 된다는 반응을 보였을 정도니 말이다. 그런데 2015년, KAIST의 인간형 로봇 ‘휴보’는 모든 과제를 완벽하게 수행하고 우승을 차지했다. 불가능할 것이라 여긴 기술을 3년 만에 완성 궤도에 올려놓은 것이다.
대회장에서 로봇들은 수없이 넘어졌다. 실수이고 실패다. 하지만 그 누구도 개의치 않았다. 오히려 넘어진 로봇이 일어날 때마다 뜨거운 박수를 보냈다. 대회 공식 명칭은 ‘DARPA 로봇공학 챌린지(DARPA Robotics Challenge)’다. 경쟁하고 이겨야 하는 ‘competition’이 아니라 도전 그 자체의 가치를 높이 사는 ‘challenge’이기 때문이다.
신생아 수준의 로봇들이 재난 현장에서 완벽한 임무를 수행하기까지 도전은 계속될 것이다. 그러니 상상해보라! 이런 연구가 수십 년간 이어졌을 때 얻어질 미래의 성과들을 말이다.
■ 세계 재난로봇대회 우승 이끈 오준호 교수
2004년 일본에 이어 세계에서 두 번째로 두 발로 걷는 인간형 로봇(휴머노이드) ‘휴보’를 개발했다. 이후 ‘휴보의 아버지’로 불리며 인간형 로봇 개발을 주도하고 있다. 이달 초 미국에서 열린 세계재난로봇대회에 KAIST·레인보우(교내 벤처기업) 연구진 20명과 함께 참가해 30년 먼저 로봇 연구를 시작한 미국, 일본 연구팀을 제치고 우승을 차지했다.
오준호 < KAIST 기계공학과 특훈 교수·KAIST 휴머노이드로봇연구센터 소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