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전자의 미래에 대한 시장의 전망은 그다지 낙관적이지 않았다. 최근 몇 년간 그랬다. 기존 주력사업인 TV와 가전시장에 중국 업체들이 잇따라 진출하면서 이익률이 점점 낮아졌기 때문이다. 주력사업을 대체할 신사업을 찾던 LG는 2013년 자동차 설계업체 V-ENS를 인수했다. 자동차 부품사업을 차세대 성장동력으로 삼았다는 의미다. LG는 강점이 있는 모터, 소재, 디스플레이 기술 등을 융합하면 자동차 부품 시장에서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고 판단했다. 이런 판단은 서서히 성과를 내고 있다.
LG전자 자동차 부품사업 '성장궤도' 질주
○신흥국 시장 뚫는 LG전자 車부품

LG전자는 다양한 신흥국 완성차 업체들과 잇따라 공급 계약을 체결하고 있다. 벤츠, 폭스바겐 등 선진국 브랜드와는 미래형 자동차 개발을 위해 손잡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인도 1위 자동차 회사인 타타자동차와의 계약 체결이다. 타타자동차는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완성차 업체 중 하나다. 2011년 약 1조2000억루피(약 20조원)였던 매출은 지난해 2조5000억루피(약 41조원·추정치)로 3년 만에 두 배 넘게 커졌다. 인구가 10억명이 넘는 인도에서 중산층이 많아지면서 자동차 보급 대수가 빠르게 늘어난 덕분이다.

LG전자가 타타자동차의 1차 납품업체가 되고 3000만달러가 넘는 대형 공급계약을 체결한 것은 그런 측면에서 의미가 작지 않다는 평가다. 또 구본준 LG전자 부회장이 사이러스 미스트리 타타 회장과 긴밀한 관계를 맺고 있다는 점에서 앞으로 추가 계약이 성사될 것이란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타타는 ‘재규어랜드로버’ 같은 고급 완성차 브랜드도 갖고 있다.

LG전자는 중국에서도 최근 잇따라 납품 계약을 체결했다. 2010년엔 스웨덴의 볼보를 인수하며 유명해진 중국 지리자동차에 차량용 인포테인먼트 기기를 공급하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프랑스 푸조-시트로앵의 대주주인 둥펑자동차에는 하이브리드 자동차용 배터리팩도 공급했다.

○미래형 자동차 시장 준비도 ‘착착’

독일 미국 등 선진국 완성차 업체와는 스마트카, 친환경차 등 미래형 자동차 개발을 위해 협력하고 있다. 최근엔 독일 벤츠와 무인자동차용 스테레오 카메라를 공동 개발하기로 합의했다. 미국 GM에는 차량을 무선인터넷에 연결하기 위한 통신 모듈을 공급하기로 했다. 카메라, 통신 모듈은 LG전자가 그간 정보기술(IT) 사업을 하며 기술력을 착실히 쌓아온 분야다. 기존 자동차 부품 업체들은 진출하기가 쉽지 않다.

LG전자에서 자동차 부품 사업을 맡고 있는 VC사업본부의 지난해 매출은 1조3000억원 정도다. LG전자 지난해 매출이 59조원인 것을 감안하면 아직 미미한 수준이다.

하지만 LG전자 관계자는 “금액을 공개할 순 없지만 수주 잔액을 보면 앞으로 전망은 낙관적”이라고 강조했다. 시장에선 VC사업본부의 올 매출이 2조원을 넘길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LG전자는 오는 29일 1분기 실적을 발표한다. 이때 처음으로 VC사업본부의 실적을 따로 공개할 계획이다.

남윤선 기자 inkling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