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사이트 4월22일 오후 4시59분

국내 3위 케이블TV업체 씨앤앰의 지역별 분할 매각이 추진된다. 지난 2년간 고수해온 ‘통매각’ 방침에 변화를 준 것이다. 매각 흥행에 성공하지 못한 사모펀드(PEF)들이 판세를 뒤집기 위해 내놓는 ‘고육책’으로 받아들여진다.
[단독] 씨앤앰, 통매각 2년 고집하다 분할매각 '선회'
◆분할 매각과 일괄매각 병행

씨앤앰 대주주인 MBK-맥쿼리PE 컨소시엄과 매각자문사인 골드만삭스는 지난 21일부터 잠재적 인수 후보 기업들에 씨앤앰의 지역별 분할 인수 방안을 담은 입찰 안내서를 발송 중인 것으로 22일 확인됐다.

인수 희망 기업들은 지역별 희망 인수 지역과 예상 인수 가격(범위)을 담은 인수의향서(LOI)를 다음달 15일까지 제출해야 한다. 안내서를 받은 기업 측 관계자는 “매각자 측은 분할 매각과 현재 진행 중인 일괄 매각을 병행하겠다는 견해를 갖고 있다”고 전했다.

MBK 측은 CJ, 태광, 현대백화점 등 분할 인수 희망 후보군으로 거론된 기업들에 안내서를 보낸 것으로 전해졌다. 시장에서는 4개 안팎의 지역별 인수 후보자들이 입찰에 응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MBK 측은 분할 매각을 통해 인수 후보군을 넓히는 동시에 매각 시한을 연장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씨앤앰은 매각 대금이 최소 2조원으로 덩치가 큰 데다 다른 PEF들이 사들이기도 어려워 인수 여력이 있는 후보가 많지 않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매각 열기 살릴 수 있을까

실제로 지난 2년간 ‘통매각’ 입장을 고수했던 매각자 측이 분할 매각안을 들고나온 것 자체가 매각 열기가 시들하다는 관측이 우세하다. 약 250만명의 가입자를 가진 씨앤앰은 연초 매각이 본격 추진될 당시만 하더라도 유선시장 판도를 뒤바꿀 ‘빅매물’이 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있었다.

하지만 지난 3월 말 예비입찰 결과 디스커버리, 컴캐스트 등 외국계 기업 4곳 안팎만 입찰에 참여했다. 일각에서는 이들이 씨앤앰보다 자회사인 ‘IHQ’에 눈독을 들인다는 분석도 내놓는다. IHQ는 연기자 매니지먼트사업과 오락 분야 6개 방송채널을 운영하는 시가총액 4000억원 규모 코스닥 상장사다.

태광, SK와 같은 국내 잠재적 인수 후보자들은 관망세를 유지하고 있다. 희망 인수가격을 낮추지 않는다면 분할 매각도 쉽지 않을 것이라는 예상 때문이다. 이들은 올 연말을 기점으로 매각 주도권이 인수자 측으로 완전히 넘어올 것으로 보고 있다. 때문에 유선방송 1위 사업자인 KT도 내부적으로 인수 가능성 여부를 따져보는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내년까지 매각이 지연되면 실트론 매각과 비슷하게 부채(인수금융)만 인계하는 방식으로 씨앤앰을 인수할 가능성도 있다”고 분석했다.

정영효/좌동욱 기자 leftk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