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프라노 홍혜경이 다음달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에서 공연하는 오페라 ‘피가로의 결혼’ 무대에 선다. 무악오페라단 제공
소프라노 홍혜경이 다음달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에서 공연하는 오페라 ‘피가로의 결혼’ 무대에 선다. 무악오페라단 제공
소프라노 홍혜경(56)은 한국이 낳은 세계적인 ‘디바’다. 그는 전속 가수 없이 1년마다 모든 가수가 재계약을 해야 하는 미국 뉴욕 메트로폴리탄 오페라극장(메트)에서 31년째 활동 중이다. 메트는 성악가들에게 ‘꿈의 무대’로 불리는 세계 최정상급 오페라극장이다.

홍혜경이 10년 만에 국내 오페라 무대에 선다. 다음달 8~10일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 무대에 오르는 모차르트의 오페라 ‘피가로의 결혼’에서 백작부인 로지나 역을 맡는다. 그가 국내 전막 오페라 무대에 출연하는 것은 2005년 푸치니의 오페라 ‘라보엠’에 이어 두 번째다.

공연에 앞서 21일 서울 세종로에서 만난 그는 “‘피가로의 결혼’ 무대에 오른다는 것은 굉장히 맛있는 음식을 씹어보는 느낌”이라며 “제가 느낀 감동을 국내 관객에게 전달하고 싶다”고 말했다.

홍혜경은 이번 무대를 제작하는 무악오페라단으로부터 출연 요청을 받자마자 주저 없이 이 작품을 골랐다. 그는 “모차르트 오페라 중에서 ‘피가로의 결혼’과 ‘돈 지오반니’는 특별히 사랑하는 작품”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라보엠’ 같은 비극보다 희극이 더 어렵기 마련이지만 모차르트 오페라는 신기하게도 대본의 내용만 완전히 소화하면 쉽게 연기할 수 있다”고 말했다. 모차르트와 대본 작가 로렌초 다 폰테가 환상적 궁합을 이뤘다는 설명이다. 그는 “더 보탤 것도, 뺄 것도 없이 완전히 그 인물이 되면 된다”며 “기가 막히게 완벽한 작품”이라고 덧붙였다.

2012~2013 시즌에도 메트에서 같은 작품을 공연했다. 이번과 마찬가지로 로지나 역을 맡았다. 전편에 해당하는 로시니의 ‘세비야의 이발사’에서 로지나는 알마비바 백작과 결혼해 신분이 상승했지만 이 작품에서는 바람둥이 남편에게 실망해 애정이 식은 상태다. 홍혜경은 “젊을 때 사랑에 빠져 신분을 뛰어넘는 결혼을 하고,남편에게 배반당하기도 하는 등 감정선이 굉장히 복잡한 것이 매력”이라며 “여러 가지 모습으로 연기할 수 있는, 재미있고 현실적 인물”이라고 말했다. 이번 공연에서는 젊고 열정적인 느낌을 강조할 계획이다. “사랑하는 이의 아이를 둘 낳은 활력으로 가득 찬 로지나를 연기할 거예요. 살면서 경험한 모든 감정을 끌어낼 겁니다.”

홍혜경은 자신에게 맞는 역을 엄격하게 고르는 성악가다. 레퍼토리를 잘못 고르면 목이 망가진다는 것이 그의 지론이다. ‘나비부인’의 초초상 역을 한 번도 맡지 않았던 이유다. 초초상은 고음역대의 고난도 아리아를 자주 불러야 하는 배역이다. 그는 내년 보스턴심포니오케스트라와 함께 이 작품을 공연할 예정이다. 초초상을 해보지 않고 성악가 생활을 마무리하면 후회할 것 같아서다. 그는 “초초상 역에 어울리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있다”며 “내년에 시도해보고, 정말 맞지 않는지 확인해볼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언젠가 국립오페라단을 맡고 싶다는 소망도 내비쳤다. 홍혜경은 지난해 단장직을 제안받았으나 고사했다. “오페라단을 제대로 하려면 한국에 살아야 하는데 당장은 여기서 살 수가 없거든요. 앞으로 해야 한다는 것은 확실하지만 시기적으로 지금은 아니에요.”

김보영 기자 w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