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이거가 왔다"…설레는 오거스타
“내가 당신 잡으러 간다.”

1999년. 열 살짜리 북아일랜드 소년은 자신의 우상인 타이거 우즈(40·미국·사진)에게 이런 편지를 썼다. “지켜봐라. 이건 시작에 불과하다”며 당돌하게 도전장을 던진 소년의 꿈은 16년이 지난 지금 현실이 됐다. 소년은 남자 골프 세계 1위인 로리 매킬로이(26)다. 허리 부상과 쇼트게임 입스(yips·실패의 두려움으로 인한 불안증)에 시달리며 세계랭킹 104위로 추락한 ‘종이호랑이’ 우즈. 35주째 1위를 질주하고 있는 매킬로이.

이쯤 되면 ‘황제의 여유’를 즐길 법도 하지만 매킬로이는 “아직 이루지 못한 게 있다”고 말한다. 메이저 중의 메이저, 참여 자체가 영광으로 여겨지는 미국 PGA투어 마스터스토너먼트에서 우즈와 맞붙어 이기는 꿈이다. 매킬로이는 마스터스에서 한 번도 우승하지 못했다. 우즈처럼 ‘커리어 그랜드슬램’(생애 통산 4대 메이저 우승)도 달성하지 못했다. 1주일 앞으로 다가온 2015 마스터스에선 그 꿈이 실현될 수 있을까.

○몸 푸는 우즈 ‘입스’ 치유 주목

오는 10일 대회가 열리는 미국 조지아주 오거스타는 이들의 맞대결 기대감에 벌써부터 들뜨는 분위기다. 오거스타크로니클 등 현지 언론은 “매킬로이는 이미 오거스타내셔널GC에서 45홀의 비밀 연습라운드까지 마쳤다. 우즈의 대회 참가 결정만 남아 있다”고 보도했다. 우즈도 지난 1일 전용기를 타고 오거스타로 날아와 기대감을 키우고 있다. 우즈가 외부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은 채 연습라운드에 집중하고 있다는 게 현지 언론의 보도다.

더인디펜던트는 “우즈는 한때 자신이 준비되지 않았다는 생각이 들면 메이저대회라도 참가를 포기하곤 했다”며 “하지만 종이호랑이로 추락한 지금은 마스터스의 초청을 그냥 받아들일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참가 가능성에 무게를 실었다.

변수는 남아 있다. 입스 치유 여부다. 허리 부상에선 어느 정도 회복됐지만 쇼트게임 입스는 여전하다. 짧은 어프로치샷에서 이른바 ‘뒤땅’을 치거나 ‘토핑’을 내 공을 그린 반대편으로 날려버리기도 한다. 오거스타로 날아온 우즈가 참가 여부를 아직 명확하게 밝히지 않는 것도 입스 치유가 덜 됐기 때문으로 알려졌다.
"타이거가 왔다"…설레는 오거스타
○마스터스 주간 효과 1억달러

오거스타가 들떠 있는 것은 ‘우즈 효과’ 때문이다. 실력은 예전같지 않고 잔부상에까지 시달리지만 그 자체가 관심거리일 정도로 우즈는 오거스타가 간절히 원하는 핵심 흥행카드다. 매킬로이와의 맞대결까지 성사될 경우 지역경제가 가져갈 돈의 단위가 달라진다.

인구 20만의 작은 도시인 오거스타는 마스터스로 먹고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도시 인구보다 많은 25만여명의 관광객이 미국은 물론 해외에서도 몰려온다. 이들이 ‘마스터스 위크’에 인근 상점에서 사 먹는 음료 가격만 300만달러(약 32억원)를 넘는다. 미국 언론들은 마스터스로 오거스타가 한 주 동안 벌어들이는 돈이 1억달러(약 11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한다. 마스터스 대회로 6만개의 일자리가 생기고 연간 50억달러 이상을 조지아주가 챙긴다(BBC)는 분석도 있다.

그러나 우즈가 대회에 불참한 지난해 오거스타는 4라운드를 모두 관람할 수 있는 1만달러짜리 암표가 5000달러에 거래되고, 관광객 수가 20%가량 줄어드는 등 타격을 입었다. 올해 마스터스 참가가 확정된 국내 선수는 배상문(29) 노승열(24·나이키골프) 단 두 명이다.

이관우 기자 leebro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