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부기간 60개월로 늘리고 딜러 인센티브도 확대
미국 점유율 8.7%까지 회복

○정 회장의 승부수 통해
현대·기아차가 미국 시장에서 점유율 8%를 넘긴 것은 2011년이다. 당시 8.9%를 기록했다. 2012년과 2013년에도 각각 8.7%와 8.0%의 점유율로 마지노선으로 여기는 8%대를 지켰다. 하지만 지난해엔 7.9%로 떨어졌다. 월별로는 지난해 12월과 올 1월 각각 7.3%와 7.2%까지 하락했다. 엔화와 유로화 가치가 떨어지면서 가격 경쟁력이 위협받은 탓이다. 일각에선 현대·기아차에 위기가 닥쳤다는 진단까지 나왔다.
정 회장은 연초부터 임직원들에게 정면 승부할 것을 강하게 주문했다. 그리고 직접 미국 시장 챙기기에 나섰다. 그는 지난달 24일부터 27일까지 미국의 현대차 앨라배마공장, 기아차 조지아공장, 멕시코 공장 건설 현장을 찾아 임직원들을 독려했다. 정 회장은 미국법인 임직원들에게 “올해 유로화 약세, 엔화 약세, 픽업시장 증가 등 삼중고로 미국 시장에서 미국, 유럽, 일본 업체들의 협공이 예상된다”며 “이럴 때일수록 우리만의 강점을 살리고 과감한 승부수를 던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 회장의 주문에 현대차 및 기아차 미국법인은 무이자 할부 기간을 48개월에서 60개월로 늘리고 딜러들에게 제공하는 인센티브도 확대했다. 결과는 월간 판매기록 경신으로 이어졌다.

지난달 미국 시장에서 판매가 크게 늘어난 차는 현대차에선 제네시스와 엘란트라(한국명 아반떼), 기아차에선 쏘렌토와 세도나(한국명 카니발) 등이었다. 현대·기아차는 이 가운데 제네시스의 판매 급증에 고무돼 있다. 제네시스는 지난달 2414대가 팔려 지난해 3월보다 141% 증가했다. 현대차 관계자는 “제네시스와 같은 고급차가 많이 팔리면 현대·기아차의 브랜드 가치가 높아진다”며 “수익성이 높아지는 것은 물론 다른 차종의 판매 확대로 연결된다”고 설명했다. 다른 차종의 증가율은 엘란트라 45%, 쏘렌토 16.9%, 세도나 398.4% 등이었다.
현대·기아차는 올해 미국 시장 판매 목표를 지난해보다 8% 늘어난 141만대로 잡고 있다. 한국자동차산업연구소가 관측하고 있는 올해 미국 시장 신차 판매 규모 1683만대를 감안하면 8.4% 수준의 점유율이다.
현대·기아차는 최근 시장 여건이 바뀌고 있는 데다 정 회장의 드라이브가 효과를 내면서 이보다 높은 점유율도 가능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지난해보다 원화 가치가 떨어졌고, 지난해 말 쏘렌토 신차 판매를 시작한 데 이어 엘란트라 K5 투싼 스포티지 등 4종의 신차를 투입할 계획이라는 점을 근거로 들고 있다. 정 회장은 특히 “과거 어려울 때마다 혁신적 전략으로 위기를 돌파해 왔고 이 같은 경험을 토대로 미국 시장의 성장률을 넘어서는 성과를 창출할 것”이라며 임직원들에게 자신감을 심어주고 있다.
박준동 기자 jdpow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