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왕' 최병오, 패션한류 제2 도전
“서른 살을 맞은 샤트렌이 이제 한국을 넘어 외국에서도 사랑받는 브랜드로 만들 겁니다. 글로벌 시장에서 반드시 성공시킬 겁니다.”

최병오 패션그룹형지 회장(사진)은 25일 서울 홍은동 그랜드힐튼호텔에서 열린 샤트렌 탄생 30주년 기념 행사에서 “샤트렌을 여성들의 라이프스타일을 선도하는 최고의 브랜드이자 패션 한류를 전파하는 글로벌 브랜드로 키우겠다”고 말했다.

샤트렌은 1985년 옛 논노그룹이 만든 30·40대 여성 대상의 캐주얼 브랜드다. 한때 토종 여성복 최초로 연 매출 1000억원을 넘기며 순항했지만 논노의 부도와 함께 자취를 감췄다. 패션그룹형지는 2006년 샤트렌의 상표권을 인수해 부활시켰다.

패션업계에선 새 브랜드를 띄우는 것보다 ‘한 번 망한’ 브랜드를 되살리는 게 훨씬 어렵다는 것이 정설이다. 최 회장은 ‘크로커다일레이디’를 성공시킨 경험을 토대로 대리점 확장과 함께 유명 여배우를 모델로 쓰는 등 공격적인 마케팅을 폈다. 토종 여성복 중 이례적으로 ‘아방가르드’(파격·혁신적) 스타일과 ‘밀리터리 룩’(군복) 콘셉트의 옷도 과감하게 내놨다.

'패션왕' 최병오, 패션한류 제2 도전
샤트렌은 패션그룹형지에서 크로커다일레이디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매출을 올리는 ‘알짜’ 브랜드가 됐다. 지난해 전국 220여개 매장에서 매출 985억원을 기록했다.

최 회장은 “샤트렌은 가성비(가격 대비 품질) 좋은 옷으로 대한민국 여성들이 옷 스트레스를 안 받게 해주겠다는 신념으로 이끌어온 브랜드”라며 “앞으로 30년이 아니라 300년 이상 가는 브랜드로 만들 것”이라고 했다.

이날 최 회장은 ‘사업 영역 확대’와 ‘글로벌 성장’을 핵심으로 하는 샤트렌의 새 비전을 발표했다. 샤트렌의 탄탄한 브랜드 파워를 활용해 상품군을 넓히고 해외 진출을 확대해 2025년 매출 5000억원대 브랜드로 키우겠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의류뿐 아니라 침구, 그릇, 커튼 등 라이프스타일 상품(생활소품)도 판매하기로 했다. 올초 신설한 해외사업부를 통해 중화권 진출도 준비 중이다. 샤트렌은 2012년 러시아 모스크바를 시작으로 대만 가오슝, 타이중, 타오위안 등의 백화점에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최 회장은 예순을 넘긴 나이에도 권투를 즐긴다. 그는 “요즘 젊었을 때보다 더 힘과 의욕이 넘친다”며 “내 인생의 절정기는 지금부터”라고 했다.

올해는 최 회장이 사업에 뛰어든 지 45년째 되는 해다. 부산 하단동에서 태어난 그는 국제시장에서 외삼촌의 페인트가게 일을 거들며 ‘장사’에 입문했다. 서울로 상경해 1982년에는 동대문시장에 ‘크라운바지’라는 한 평(3.3㎡)짜리 옷가게를 열었다.

1993년 부도를 맞았지만 맨손으로 재기에 나서 패션그룹형지를 연 매출 1조원의 의류업체로 일궈냈다. 남성복업체 우성I&C, 교복업체 에리트베이직을 사들인 데 이어 최근 제화업체 EFC(옛 에스콰이아)의 인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되는 등 사업 영역을 넓히고 있다.

최 회장은 한국의류산업협회 회장과 대한상공회의소 중견기업위원회 위원장도 맡고 있다. 그는 “패션업의 경영환경이 어느 때보다도 어려운 것이 현실”이라며 “자신감은 갖되 늘 긴장하며 신중하게 회사를 키워가겠다”고 말했다.

임현우 기자 tard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