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대 화장품 제조업체 아모레퍼시픽은 상장 9년 만에 몸값이 7배 넘게 뛰었다. 아모레퍼시픽이 300만원대 ‘황제주(초고가주)’ 등극을 눈앞에 두면서 주식쪼개기(액면분할) 요구를 둘러싼 찬반 논쟁의 격전장이 되고 있다.
○품귀현상이 주가 급등 이끌어

9일 유가증권시장에서 아모레퍼시픽은 0.35% 오른 285만원에 거래를 마쳤다. 작년 초 이후 1년1개월여 만에 185.0% 상승했다. 아모레퍼시픽 강세의 원인으론 ‘품귀 현상’이 지목된다.

최대주주인 아모레퍼시픽그룹과 서경배 회장 일가를 제외한 아모레퍼시픽의 소액주주 수는 작년 9월 말 기준으로 9344명밖에 안 된다. 이들이 보유한 주식은 전체 발행 주식의 38.5%(252만주)에 불과하다. 외국인 보유 비중(28.8%·168만주)을 감안하면 순수 개인투자자 비중은 10%대다. 49.3%(288만주)는 최대주주인 아모레퍼시픽그룹과 서 회장 일가가 보유하고 있으며 국민연금 지분율은 8.1%(47만주)다.

아모레퍼시픽의 하루 거래량은 1만주 안팎에서 맴도는 수준이다. 아모레퍼시픽과 비슷하게 10년 만에 주가가 8배가량 뛴 SK하이닉스가 하루 200만~300만주가량 거래되는 것과 대조를 이룬다. SK하이닉스의 발행 주식 수는 7억2800만주로 개인 소액주주가 22만여명에 달한다. 실적 개선과 그에 따른 거래량 증가가 주가 상승을 뒷받침한 SK하이닉스와 달리 아모레퍼시픽 주가 상승의 주된 원인 중 하나로 유통 주식 수 부족이 꼽히는 데는 이 같은 이유가 있다.

○액면분할 나설까

유통 주식 수가 많지 않은 아모레퍼시픽이 연일 상승 행진을 하면서 액면분할의 효과를 둘러싼 논란도 아모레퍼시픽을 중심으로 거세지고 있다.

액면분할에 반대하는 측에선 황제주의 이점이 가장 잘 드러나는 사례가 아모레퍼시픽이라고 판단한다. 아모레퍼시픽은 최고가 황제주라는 유무형의 프리미엄을 쏠쏠히 누리고 있다. 서 회장은 7조원대 주식 갑부 대열에 올랐고, 아모레퍼시픽은 단숨에 시가총액 상위 15위 기업에 이름을 올렸다. 회사 입장에서는 주주 수가 많지 않아 불필요한 잡음을 줄이고 안정적인 경영권을 확보하는 부수적인 효과도 누리고 있다. 강소현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주식 분할은 일반적으로 소액투자자들의 참여를 증가시켜 단기적으로 유동성 증가, 주가 상승의 효과를 불러온다”며 “하지만 기업이익이 개선되지 않은 채 액면분할만 한다면 일시적인 효과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반면 개인투자자 입장에선 ‘남의 떡’이나 다름없다. 액면분할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는 이유다. 5000원짜리 액면가를 500원으로 쪼개면 아모레퍼시픽의 유통 주식 수는 5840만주로 늘어나게 된다. 개인투자자 입장에선 285만원짜리 1주를 보유하고 있을 때나 28만5000원짜리 10주를 보유하고 있을 때 얻을 수 있는 수익률이 같다. 하지만 주식을 사고팔 수 있는 기회가 늘어나 투자 접근성은 높아지게 된다. 새로 도입되는 KTOP지수나 변경되는 유동성관리 제도도 액면분할에 긍정적인 요인이다. 단일순 한국거래소 팀장은 “거래량이 늘면 주가 변동성은 커질 수 있지만 시장 참여자들의 관심이 집중되면서 주가가 오를 수 있는 여력이 더 생긴다”고 말했다.

허란 기자 wh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