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수·염색 등 7~9개 과정 진행
"30년 용광로 떠나 농부로 재출발"

은퇴 후에도 구직 전쟁에 뛰어든다는 ‘반퇴(半退) 시대’가 화두로 떠오르면서 철강회사 포스코의 은퇴설계 프로그램인 에코팜이 주목받고 있다. 에코팜은 포스코가 은퇴했거나 은퇴를 앞둔 전·현직 임직원을 대상으로 4년 전 시작한 귀농·귀촌 교육 프로그램이다. 강사비와 시설비 등 에코팜 운영에 드는 비용은 연 3억~4억원. KT, 삼성, 현대 등 다른 기업들도 전직 사우를 위한 은퇴 설계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지만 실질적인 재취업 및 창업 컨설팅이라기보다는 재무관리 및 단기 워크숍에 그쳤다.


수강생의 반응은 기대 이상이었다. 씨앗을 뿌리는 것부터 재배한 농산물을 유통하는 과정까지 ‘원스톱’으로 배울 수 있다는 장점 때문에 부부끼리, 가족끼리 주말마다 농장으로 몰려들었다. 포항 지역 수강생들로부터 입소문이 퍼지면서 이듬해 2월 광양시 금호동에도 2호 에코팜이 문을 열었다. 에코팜이 있는 지역을 중심으로 자연스럽게 상부상조하는 문화도 생겨났다. 지역 네트워크가 다른 농촌보다 강하기 때문에 각각 재배한 농작물과 제조한 상품을 공동으로 유통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재배가 쉽고 신기술 개발이 활발한 블루베리, 매실 등이 인기 작물이다.
귀농 교육을 이수하다 아예 박사과정으로 옮겨 가는 수강생도 있다. 35년간 제철소 열연부에 근무하다 2년 전 퇴직한 조동옥 씨(61)는 블루베리 재배과정과 귀농·귀촌 과정 등을 이수한 뒤 현재 블루베리와 매실농장을 운영하면서 순천대 농업학 박사 과정을 밟고 있다.
김보라 기자 destinyb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