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한국 증시는 외국인 장단에 춤추는 모양새였다. 시장을 주도하는 뚜렷한 대형주가 없는 데다 자금이 많지 않은 국내 기관이 장세를 바꾸는 것은 역부족이다. 올해도 외국인의 영향력에서 벗어나긴 어려울 것 같다. 국내 자금이 부족한 것도 문제지만, 미국 중앙은행(Fed)의 금리 인상 등 해외에서 대형 이벤트가 벌어지기 때문이다.

◆외국인 투자 ‘上少下多’

지난달 외국인 자금은 급속히 한국 증시에서 빠져나갔다. 외국인은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시장에서 한 달간 총 1조6697억원어치를 순매도했다. 이 기간 코스피지수는 3.29% 하락했다. 전체 시가총액에서 외국인이 차지하는 비중도 2013년 말 32.97%에서 2014년 말 31.71%로 떨어졌다.

새해에도 해외 변수의 영향이 크게 작용할 전망이다. 마니시 레이차우두리 BNP파리바 아시아·태평양 주식담당자는 “2015년엔 미국 달러화 가치가 더욱 상승하고 원자재 가격이 추가로 조정될 것”이라며 “환율과 원자재 가격 동향이 외국인 투자 향방을 결정하는 요인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특히 올 4월 이후로 예정된 Fed의 기준금리 인상은 상반기 증시에 악재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조용준 하나대투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상반기엔 달러 강세가 이어지면서 외국인이 미국 시장으로 돌아갈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 본토 주식의 MSCI 신흥국 지수 편입 여부도 관건이다. 오승훈 대신증권 투자전략팀장은 “5월 말 상하이A주가 MSCI 지수에 편입될 경우 외국인은 중국 주식 비중을 늘리고 국내 주식 비중을 줄여 연간 최소 6000억원 이상의 자금이 중국으로 빠져나갈 수 있다”고 우려했다.

◆하반기 ‘유럽 호재’ 기대

하반기 들어 외국인 자금 흐름에 변화가 생겨 증시의 자금 수급에 숨통이 트일 것이란 기대도 있다. 유럽중앙은행(ECB)이 추가 양적 완화에 나설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서동필 IBK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은 “하반기엔 ECB의 미국식 양적 완화 조치로 유럽계 자금의 국내 유입 규모가 늘어날 것”이라며 “국내 기업의 수익성도 안정적인 모습을 보일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외국인 투자자 국적이 다양해지는 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올해 국적별 주식 순매수액을 살펴보면 미국이 4조4920억원으로 가장 많고, 일본과 중국이 각각 3조70억원과 1조9370억원으로 뒤를 이었다.

◆글로벌 영향 적은 종목 살 듯

새해에도 해외 변수가 국내 증시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되면서 외국인이 주로 살 종목이 무엇일지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작년 말 외국인은 환율이나 유가 등 대외변수 영향을 적게 받는 종목을 사들였다. 지난달 외국인이 가장 많이 산 종목은 한국전력(1404억원), LG유플러스(1129억원), 기업은행(1067억원) 등이다.

빅터 슈비츠 맥쿼리증권 주식전략가는 “외국인 투자자들이 글로벌 경기에 민감한 종목보다 탄탄한 국내시장을 확보한 종목 비중을 늘릴 것”이라고 분석했다. 또 이 같은 외국인 행보의 수혜 종목으로 금융(KB금융지주 등), 통신(SK텔레콤 등), 건설주(현대산업개발 등)를 꼽았다.

김희경 기자 hk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