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물은 항상 100℃서 끓을까…합리적으로 의심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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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 철학을 만나다
장하석 지음 / 지식채널 / 440쪽 / 2만5000원
장하석 지음 / 지식채널 / 440쪽 / 2만5000원
사람들은 대부분 ‘1기압에서 순수한 물은 항상 섭씨 100도에 끓는다’고 배웠기 때문에 냄비 속 끓는 물의 온도를 100도라고 생각한다. 과학적 지식이 좀 더 있다면 냄비 속 물은 순수한 증류수가 아니어서 끓는 온도가 정확히 100도가 아닐 수 있으며 기압이 낮으면 더 낮은 온도에서 끓을 수도 있다고 생각할 것이다. 하지만 1기압 속 증류수가 100도에서 끓지 않는 경우가 있다는 것을 아는 사람은 드물다.
과학, 철학을 만나다는 장하석 영국 케임브리지대 과학철학 석좌교수(사진)가 20여년 동안 학부생에게 강의한 내용을 체계적으로 정리한 과학철학 입문서다. 장 교수는 “과학철학은 과학지식의 본질뿐만 아니라 과학이 갖는 사회적 의미와 중요성을 생각하는 학문”이라며 “과학자들이 철학적 문제에 신경쓰면 연구에 집중하지 못할 수 있어 생긴 지적 분업”이라고 설명한다.
저자는 먼저 과학지식의 본질과 과학철학계 거장들이 제시한 여러 아이디어를 통해 과학을 보는 눈을 넓히도록 돕는다. ‘과학이란 무엇인가’ ‘과학지식의 기반인 관측을 믿을 수 있는가’ ‘관측으로 이론을 증명할 수 있는가’ ‘과학은 정확히 어떤 의미에서 진보하는가’ 등의 질문을 던져 독자로 하여금 과학의 본질을 생각하게 만든다. 장 교수는 “과학의 진보를 얘기할 때 굳건한 토대 위에 지식을 쌓아간다는 ‘토대주의’를 내세우지만 그런 토대가 될 절대적인 기본 지식은 없다”며 “과학은 확실하지 않은 토대에서 연구를 지속하며 지식의 체계를 늘리고, 정합성 있게 재구성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독자들이 가장 재밌게 느낄 만한 내용은 ‘과학철학에 실천적 감각 더하기’ 편이다. 과학지식의 본질을 파악하려면 그 탐구가 실제로 어떻게 이뤄졌는지를 깊이 배워야 한다는 저자의 생각이 가장 잘 녹아 있다. ‘물 분자가 라는 것을 어떻게 아는가’ ‘건전지는 어떻게 발명했으며 거기서 어떻게 전기가 발생되는가’는 누구나 한 번쯤 품어봤음 직한 궁금증이지만 책에 나온 지식만 외우거나 그나마도 생각하기 귀찮아한다. 증류수를 100도보다 높은 온도에서 끓일 수 있는 이유는 ‘공기’다. 물 속에 녹아 있던 공기는 물을 미리 몇 번 끓이거나 흔들어서 뺄 수 있다. 공기를 뺀 물은 100도에 도달해도 끓지 않는다. 장 교수는 1700년대 활동한 과학자 장 앙드레 델뤼크의 연구를 재현해 물의 끓는 온도를 108~109도까지 올렸다. 장 교수는 이 사례를 통해 “전문가가 하는 말이라면 무조건 믿는 관습을 극복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전문가가 아니란 이유로 합리적 의심까지 포기하면 과학지식과 탐구가 가진 문화적 의미와 중요성도 같이 잃어버리기 때문이란 설명이다.
저자는 “과학은 철저히 인간적인 학문”이라며 과학뿐 아니라 창의력 교육에서 다원주의의 필요성을 역설한다. 그는 “창의성은 절박한 문제에 부딪힐 때 자연스럽게 발휘되며 그런 상황에서 남다른 생각을 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지려면 색다른 삶을 살고 있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저자는 이어 “다원주의가 과학뿐만 아니라 사회 전반에서 이뤄져야 한다”며 “다들 생각하지 않는 질문을 던지는 철학의 기능은 다원주의를 이룩하는 데 중요한 요소”라고 결론짓는다.
박상익 기자 dirn@hankyung.com
과학, 철학을 만나다는 장하석 영국 케임브리지대 과학철학 석좌교수(사진)가 20여년 동안 학부생에게 강의한 내용을 체계적으로 정리한 과학철학 입문서다. 장 교수는 “과학철학은 과학지식의 본질뿐만 아니라 과학이 갖는 사회적 의미와 중요성을 생각하는 학문”이라며 “과학자들이 철학적 문제에 신경쓰면 연구에 집중하지 못할 수 있어 생긴 지적 분업”이라고 설명한다.
저자는 먼저 과학지식의 본질과 과학철학계 거장들이 제시한 여러 아이디어를 통해 과학을 보는 눈을 넓히도록 돕는다. ‘과학이란 무엇인가’ ‘과학지식의 기반인 관측을 믿을 수 있는가’ ‘관측으로 이론을 증명할 수 있는가’ ‘과학은 정확히 어떤 의미에서 진보하는가’ 등의 질문을 던져 독자로 하여금 과학의 본질을 생각하게 만든다. 장 교수는 “과학의 진보를 얘기할 때 굳건한 토대 위에 지식을 쌓아간다는 ‘토대주의’를 내세우지만 그런 토대가 될 절대적인 기본 지식은 없다”며 “과학은 확실하지 않은 토대에서 연구를 지속하며 지식의 체계를 늘리고, 정합성 있게 재구성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독자들이 가장 재밌게 느낄 만한 내용은 ‘과학철학에 실천적 감각 더하기’ 편이다. 과학지식의 본질을 파악하려면 그 탐구가 실제로 어떻게 이뤄졌는지를 깊이 배워야 한다는 저자의 생각이 가장 잘 녹아 있다. ‘물 분자가 라는 것을 어떻게 아는가’ ‘건전지는 어떻게 발명했으며 거기서 어떻게 전기가 발생되는가’는 누구나 한 번쯤 품어봤음 직한 궁금증이지만 책에 나온 지식만 외우거나 그나마도 생각하기 귀찮아한다. 증류수를 100도보다 높은 온도에서 끓일 수 있는 이유는 ‘공기’다. 물 속에 녹아 있던 공기는 물을 미리 몇 번 끓이거나 흔들어서 뺄 수 있다. 공기를 뺀 물은 100도에 도달해도 끓지 않는다. 장 교수는 1700년대 활동한 과학자 장 앙드레 델뤼크의 연구를 재현해 물의 끓는 온도를 108~109도까지 올렸다. 장 교수는 이 사례를 통해 “전문가가 하는 말이라면 무조건 믿는 관습을 극복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전문가가 아니란 이유로 합리적 의심까지 포기하면 과학지식과 탐구가 가진 문화적 의미와 중요성도 같이 잃어버리기 때문이란 설명이다.
저자는 “과학은 철저히 인간적인 학문”이라며 과학뿐 아니라 창의력 교육에서 다원주의의 필요성을 역설한다. 그는 “창의성은 절박한 문제에 부딪힐 때 자연스럽게 발휘되며 그런 상황에서 남다른 생각을 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지려면 색다른 삶을 살고 있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저자는 이어 “다원주의가 과학뿐만 아니라 사회 전반에서 이뤄져야 한다”며 “다들 생각하지 않는 질문을 던지는 철학의 기능은 다원주의를 이룩하는 데 중요한 요소”라고 결론짓는다.
박상익 기자 dir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