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 최남단서 만난 코끼리 가족…발 아래 내려다 보이는 희망봉·대서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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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볼라 청정지대 남아프리카공화국

에볼라 공포도 비슷하다. 이번에 아프리카에서 에볼라가 발병한 나라는 기니, 시에라리온, 라이베리아 등 3개국. 중서부 아프리카 한쪽에 모여 있는 이 세 나라 면적을 합해봐야 아프리카 대륙 전체의 1.4%에 불과하다. 그런데도 아프리카 전역이 에볼라 위험 지역인 것처럼 생각한다.
이런 오해로 가장 큰 피해를 입는 나라는 관광대국 남아프리카공화국이다. 아프리카 최남단에 있는 이 나라에서 에볼라 발생 3국까지는 직항이 없을뿐더러 직선 거리만 약 6000㎞다. 에볼라 3국에서 스페인 등 남유럽까지 거리보다 더 멀고, 홍콩에서 두바이까지의 거리와 비슷하다. 단 한 명의 의심환자도 없지만 같은 아프리카 대륙이라는 이유만으로 최근 관광객이 급감하고 있다고 한다.
남아프리카항공(SAA)과 호텔 체인 선인터내셔널(Sun International), 남아공 여행사 톰슨(Thompsons) 등 남아공 여행 관련 업체들이 에볼라 ‘오명’ 벗기에 나섰다. 에볼라뿐 아니라 말라리아, 황열병과 같은 풍토병 걱정이 없는 남아공을 아시아에 적극 알리겠다는 것이다.
호화 리조트와 야생 사파리의 천국 선시티

다음날 오전 5시40분. 아직 한기가 남아 있는 이른 새벽, 호텔을 나서 사파리 차량에 올랐다. 선선한 이 시간이 야생동물을 보기엔 최적이라는 가이드의 설명을 들으며 차량은 필라네스버그 국립공원에 들어섰다. 아침 햇살을 즐기는 개코원숭이 무리와 하마를 멀찌감치에서 지나친 지 얼마 되지 않아 아침을 먹으러 나온 코끼리 가족과 마주쳤다.
풀숲 사이에 있던 대형 영양 쿠두에게 눈길을 뺏긴 순간 누군가 “사자다!”를 외쳤다. 멀리 누런 풀밭 속에 보호색으로 위장한 암사자 한 마리가 우리 쪽을 주시하고 있다. 그때 바로 옆에서 거대한 갈기를 자랑하는 수사자가 나타났다. 호기심이 발동했는지 수사자는 사파리 차량들이 몰려 있는 차도 쪽으로 걸어 나왔다. 동물원 우리 속이 아닌, 야생의 사자를 코앞에서 본 건 처음이었다. 여기저기서 요란하게 셔터음이 울렸다. 거만해 보이는 발걸음으로 차량 사이를 활보하던 녀석은 인근 풀밭에 영역 표시를 하며 “여기는 내땅”임을 과시하고는 다시 자취를 감췄다.
희망봉을 품은 남아공의 보석, 케이프타운

인근 관광지 중 빼놓을 수 없는 곳은 희망봉(Cape of Good Hope)이다. 하지만 실제 가 보면 희망봉은 의외로 자그마한 봉우리에 불과하다. 그보다 훨씬 높은 곳에 있는 케이프 포인트(Cape Point) 등대까지 올라가 탁 트인 조망을 접하며 발 아래로 희망봉과 대서양을 내려다보는 경치가 그야말로 압권이다. 희망봉으로 가는 해변도로 근처에 서식하는 타조 가족과 볼더스 해변의 펭귄들, 훗베이 인근 바다의 물개들을 둘러보는 것은 또 다른 즐거움이다.

남아공은 직항이 없어 홍콩을 경유해야 한다. 홍콩~요하네스버그 노선을 남아공항공이 하루 한 차례 운항하며 13시간30분가량 걸린다. 온라인투어에서 케이프타운, 선시티 7일 패키지 상품이 239만원부터 나와 있다. 요하네스버그에서 케이프타운은 비행기로 약 2시간 거리다. 무비자로 30일까지 체류할 수 있으며 말라리아 등 예방접종이 필요 없다. 계절은 한국과 정반대이고, 시간은 7시간 늦다.
케이프타운=글·사진 김선태 논설위원 k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