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조가 어린 시절에 쓴 한글편지 16점 공개
“서릿바람에 기후 평안하신지 문안 알고자 합니다. (큰외숙모님을) 뵌 지 오래되어 섭섭하고 그리웠는데 어제 편지 보니 든든하고 반갑습니다.”

조선의 22대왕 정조가 원손(元孫) 시절 큰외숙모인 여흥 민씨에게 보낸 한글 편지(사진)다. 어린아이가 한 글자씩 정성스레 쓴 것으로 지금의 편지와 비교해도 크게 다르지 않다.

국립한글박물관은 정조가 원손 시절부터 재위 22년까지 여흥 민씨에게 보낸 편지 등을 모아 만든 ‘정조어필한글편지첩’을 현대어로 풀어 쓴 ‘소장자료총서’를 21일 발간한다. ‘정조어필한글편지첩’은 지금까지 전체 16점 가운데 3점만 알려졌다. 전체가 공개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 밖에도 총서를 통해 처음 소개되는 ‘곤전어필’은 정조의 비인 효의왕후 김씨가 소설 ‘만석군전’과 ‘곽자의전’을 조카 김종선에게 우리말로 번역하게 한 다음 자신이 직접 한글로 옮겨 쓴 것이다. ‘김씨부인한글상언’은 서포 김만중의 딸이자 신임옥사 때 처형된 이이명의 부인 김씨가 손자와 시동생의 목숨을 살리기 위해 영조에게 올린 한글 탄원서다.

한글박물관 관계자는 “이 자료들은 조선 후기 상류층도 일상생활에서 한글을 활발하게 썼음을 보여준다”며 “정조어필한글편지첩과 김씨부인한글상언은 국립한글박물관 상설전시실에서 실물을 직접 확인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글박물관은 이번 총서 발간에 맞춰 오는 21, 28일 박물관 강의실에서 ‘조선 후기 왕실 관련 한글 필사본의 한글문화사적 해석’이란 주제로 두 차례 학술 모임을 연다.

이승우 기자 leesw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