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허청 관계자는 “샤워기 물 구멍을 기존 원형에서 클로버형 등으로 바꾸고 이의 배치도 조정해 물이 나온 뒤 서로 합치도록 설계한 것이 특징”이라고 설명합니다. 이를 통해 적은 양의 물로도 충분한 샤워감을 느끼게 한다는 얘깁니다.
이처럼 생활 속 작은 아이디어에서 출발한 물 절약 관련 특허 제품이 쏟아지며 소비자들로부터도 크게 각광받고 있습니다. 이는 대한민국의 물 관련 상황이 ‘물 쓰 듯’에서 180도 전환한 ‘물 보기를 금쪽 같이 해야 하는‘ 때를 맞고 있기 때문이라는 특허청의 해석입니다.
이른바 물 스트레스 시대의 본격화라는 분석인데요. 예컨대 경제협력개발기구 OECD는 2012년에 내놓은 ‘2050 환경전망 보고서’에서 “한국이 물 부족 현상이 가장 심각한 나라”라고 전망했습니다.
또 우리나라의 물 사용량은 세계 최고수준일 뿐만 아니라 물 공급과정에서 불필요하게 새나가는 양 또한 상당한 수준에 이른다는 지적입니다. [1인당 하루 물 사용량=한국 278리터, 독일 150리터, 덴마크 188리터] [누수율 = 한국 10.4%, 일본 4.5%, 독일 7%=자료 특허청 제공]
게다가 2011년 5,6월에는 경북 구미 해평 취수원의 낙동강 횡단 송수관로 유실로 인해 사상 초유의 단수사태가 발생했지요. 환경부는 올해 7월 1일부터 물 절약 전문업 WASCO 제도의 시행에 나서기로 했습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국내에서도 절수설비와 누수절감 관련 기술에 대한 관심이 증폭하고 있습니다. 특허청 집계에 따르면 실제 최근 물 절약 기술 관련 특허출원은 2009년 92건에서 2013년 109건으로 18% 증가한 것으로 나타납니다. 총 504건에 이르는 것으로 조사되고요.
물 관련 기술은 이처럼 생활 속에서 간단한 아이디어만으로도 접근할 수 있는 기술 분야라는 점에서 개인과 중소기업의 출원이 많습니다. 순위를 보면 개인 출원이 절반을 넘어서고 (53.2%, 268건) 있으며 다음 중소기업 출원 (33.3%, 168건) 입니다.
특히 절수 설비기술 (372건) 분야에서 개인 출원 비중이 압도적인 (66.1%, 246건) 상황 입니다. 이는 정부가 특히 수도법 개정을 통해 2012년 7월 1일 이후 신축건물에 대해 1회 사용수량을 기존 15리터에서 6리터 제한한데 크게 힘입었다는 해석이 따릅니다.
이에 따라 앞서 소개한 살수기를 비롯해 ‘물 다이어트’ 기술이 대거 출원됐습니다.
예를 들어 ‘세면기 일체형 변기’의 경우 세면대에서 배출되는 폐수 중에 들어 있는 머리카락이나 때 같은 이물질을 걸러낸 뒤 양변기의 용수로 사용하는 제품입니다.
또 ‘거품을 이용하는 포세泡洗식 변기’는 변기에 일정 두께 이상의 거품이 항상 체류할 수 있도록 제어해 물 사용량을 대폭 줄이는 기술입니다. ‘물을 사용하지 않는 소변기’의 경우 소변 유입될 때만 벌어져 배수되도록 하고 소변이 유입되지 않으면 즉시 자체의 탄력으로 복원되는 실리콘 밸브 이용 기술로 불립니다.
특허청 관계자는 “21세기 세계 물 관련 산업 시장이 연평균 4.9%씩 증가해 2025년에 8650억 달러 (880조원) 규모로 크게 성장할 전망 (영국 물전문 조사기관 GWI 2008년 자료)”이라고 말했습니다. 때문에 생활 속의 작은 아이디어를 통해 확보한 물 절약 기술이 소위 ‘노다지’로 급부상할 가능성이 높다고 이 관계자는 덧붙였습니다.
한경닷컴 뉴스국 윤진식 편집위원 jsy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