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라일, ADT캡스 이사진에 최진환·남용·황우진 영입
MBK, 코웨이 임원진으로 삼성전자·엔씨소프트 출신
최진환 현대라이프 사장이 글로벌 사모펀드(PEF) 운용사 칼라일이 인수한 회사의 최고경영자(CEO)로 자리를 옮겼다. 국내 1위 사모펀드 운용사인 MBK파트너스는 투자회사 최고마케팅책임자(CMO)로 삼성전자 출신 박용주 씨를 영입한 것으로 확인됐다.
국내 사모펀드 시장이 50조원대 규모로 급성장하면서 사모펀드가 인수한 회사들에 ‘C레벨’ 전문경영인(CEO, CFO 등)들이 속속 영입되고 있다. 스톡옵션(주식매수청구권) 등 파격적 연봉에다 창업주의 간섭 없이 자유롭게 경영할 수 있다는 점이 전문경영인들을 끌어당기는 매력 포인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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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인앤컴퍼니 출신인 최 사장은 2009년 현대캐피탈 전략기획본부장을 시작으로 정태영 사장과 함께 현대캐피탈을 업계 수위로 끌어올린 ‘공신’으로 꼽힌다. 2012년엔 현대캐피탈이 인수한 녹십자생명을 현대라이프로 이름을 바꾼 뒤 그해 5월부터 사장직을 맡아왔다. 약관을 A4 용지 한 장으로 대폭 줄이고 수익성 좋은 사망보험에만 집중하는 등 파격적인 전략을 구사, 회사를 업계 만년 꼴찌에서 구출해냈다.
MBK파트너스가 주인인 코웨이도 ‘C레벨’들을 외부 수혈 중이다. 삼성전자 가전사업부에서 마케팅 귀재로 이름을 날린 박용주 상무를 CMO로 선임할 예정이다. 최고재무책임자(CFO)도 엔씨소프트에서 재무를 총괄하던 이재호 부사장을 영입했다. 올초 한진해운 벌크 전용선 사업을 인수한 사모펀드 운용사 한앤컴퍼니는 에이치라인해운 신임 대표에 현대상선 출신인 이영준 전무를 영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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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모펀드들이 역량 있는 전문경영인 영입에 공을 들이는 것은 누구에게 경영을 맡기느냐가 수익과 직결되기 때문이다. 최정호 로젠택배 사장이 대표적인 사례다. 유진그룹이 2010년 미래에셋벤처투자에 로젠택배를 매각할 때 CEO로 선임된 최 사장은 2010년 영업이익 64억원을 2012년 112억원으로 늘렸다. 덕분에 미래에셋은 2013년 베어링에 로젠택배를 재매각하면서 투자 원금 대비 2배가량의 차익을 남겼다. “베어링이 맨 처음 내세운 인수 조건이 최 사장 유임”(미래에셋 관계자)이었다는 얘기가 있을 정도다.
과거 1998년 칼라일이 한미은행을 인수하고 나서 CEO로 씨티은행 출신인 하영구 씨를 택한 것도 ‘신의 한 수’로 평가받는다. 칼라일은 창립 이후 처음으로 금융회사(한미은행)에 투자해 원금 대비 3배에 육박하는 수익을 거두고 한미은행을 매각했다. 4조원의 차익을 거두며 오비맥주를 매각한 것으로 유명한 KKR(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과 어피니티에쿼티파트너스 역시 ‘영업의 달인’ 장인수라는 걸출한 CEO에게 경영을 맡긴 것이 성공 요인 중 하나로 꼽힌다.
전문경영인들도 사모펀드 시장을 ‘인생 2막’을 펼칠 수 있는 새로운 장으로 인식하기 시작했다. 가장 큰 요인은 천문학적인 연봉이다. 사모펀드 운용사 대표는 “연봉도 연봉이지만 스톡옵션을 통해 사모펀드가 회사를 재매각할 때 막대한 수익을 거둘 수 있다”고 귀띔했다. 일단 ‘능력 있다’는 평판을 받으면 사모펀드 간 영입 경쟁으로 이들 경영인의 몸값이 천정부지로 올라간다. 대기업과 사모펀드에서 CEO를 모두 경험한 한 기업인은 “대기업에선 창업주가 무엇을 생각하는지가 가장 중요한 판단 기준이라면 사모펀드가 투자한 회사를 운영할 땐 무엇이 가장 효율적인가만 생각한다”고 차이를 설명했다.
박동휘 기자 donghui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