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소비자웰빙지수가 시작된 지 올해로 11년이다. 한국표준협회와 연세대 환경과학기술연구소가 2004년 개발한 한국소비자웰빙지수는 소비자들이 이용하는 상품, 서비스의 웰빙 정도를 평가하는 시스템으로 건강성, 환경성, 안전성, 충족성, 사회성 등 5개 분야 지수로 구성돼 있다.

평가 분야는 친환경 상품과 서비스로 구분된다. 이들 상품과 서비스의 웰빙 기능 만족도는 소비자들의 인식을 지수화해 평가한다. 올해도 이런 기준으로 24개 상품 및 서비스가 선정됐다. 까다로운 평가체계와 지수를 통해 한국표준산업분류에 따른 업종별로 웰빙 기능의 만족도를 평가하고 순위를 가린 것이다.

웰빙 기능 만족도 우수 제품은 음료와 가전제품에서부터 백화점, 종합병원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여행사와 자동차보험, 오픈마켓과 같은 서비스 품목도 포함돼 있다. 웰빙에 대한 소비자와 기업의 관심 폭이 넓다는 증거다. 이 같은 추세는 올해 처음으로 공모한 소비자의 웰빙 생활수기와 대학생의 동영상(UCC)에도 그대로 반영돼 있다. 30년 넘게 사용해온 가구에 대한 변함 없는 신뢰, 만성 호흡기 질환에서 벗어나게 해준 공기청정기, 빨래로 인한 주부의 손목터널증후군을 개선해준 세탁기와 제습기 등은 웰빙 제품이 멀리 있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집안과 사무공간에 있다는 것을 실감하게 한다.

한국에서도 ‘경쟁’보다는 ‘휴식’과 ‘여유로움’이 대체 가치로 인식되고 있다. 웰빙이 하나의 라이프스타일로 자리잡고 있다는 증거다. 천연재료로 만든 음식들과 인공 첨가물을 넣지 않은 식음료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최근 발색제를 넣지 않은 ‘검정 육포’와 MSG, 방부제를 넣지 않은 ‘썩는 쥐포’가 소비자들의 관심을 끄는 것은 이 같은 흐름을 잘 보여준다. 먹거리, 즉 건강성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세월호 사건으로 안전성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것도 큰 변화라고 할 수 있다. 제품이나 서비스를 선택하기 전에 안전성을 확인해보는 것도 그 전과는 크게 달라진 점이다.

일반적으로 성장 지상주의 사회에서는 양적인 확대를 강조한다. 대량생산과 대량소비를 주요 가치로 여기고 양적 지표를 중시한다. ‘안전’과 질적 지표에 대한 관심과 배려는 충분하지 못하다. 그러나 우리는 성장 지상주의 사회의 폐해를 뼈아프게 경험하고 있는 중이다.

최근 ‘안전’과 ‘질적 가치’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것은 다행스런 일이다. ‘지속 가능성’ 또한 기후변화의 시대를 맞아 우리 사회의 핵심 가치로 인식되고 있다. 사회적으로 웰빙에 대한 인식이 확산되고 이를 시장에서 선택할 수 있는 제품과 서비스의 저변이 넓어지고 있는 것이다. 최근 몇 년 동안 전반적인 소비 부진 속에서도 웰빙 상품에 대한 관심과 구매는 증가하는 추세다. 소비자들이 건강하고 안전한 삶을 선호하고 있는 증거일 것이다.

한국표준협회가 주관하고 있는 이 웰빙지수 체계는 소비자의 선택 권리, 안전하게 제품과 서비스를 이용할 권리, 제품과 서비스의 환경성을 증진시켜 왔다. 이 제도가 시작된 지 10년이라는 세월의 변화를 감안해 웰빙지수가 소비자의 의식에 적합하도록 최적화하기 위한 노력도 필요하다. ‘환경성’ 지수에 포괄돼 있으나 제품의 리필이나 재활용성, 에너지 효율성 등은 기후변화와 자원 고갈의 시대에 좀 더 중요하게 평가돼야 할 요소일 것이다.

한국소비자웰빙지수 평가를 통해 선정된 제품과 서비스가 소비자들에게는 건강한 삶을 선택할 수 있는 유용한 정보가 되고, 우리 사회의 지속 가능성을 증진하는 토대가 되길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