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료에 발목잡힌 철강 전기로
국내 철강회사들이 전기를 사용해 고철(철 스크랩)을 녹인 뒤 판재류를 생산하는 ‘미니밀’(열연강판 생산용 전기로) 때문에 골치를 앓고 있다. 몇 년 새 꾸준히 산업용 전기료가 오르면서 원가 부담이 커진 데다 원료인 철 스크랩을 구하기도 쉽지 않아서다.

국내에서 미니밀 방식으로 열연 강판을 만드는 곳은 포스코와 현대제철, 동부제철 3곳으로 각각 생산 가능량은 연 180만t과 100만t, 300만t이다. 회사마다 공장 이름을 하이밀, 미니밀, 전기로로 다르게 부르지만 원리는 비슷하다.

포스코는 최근 연 180만t을 생산하던 전남 광양의 하이밀 생산량을 절반 이하로 줄이기로 했다. 적자를 보고 있는 데다 원료수급이 원활하지 않은 가운데 지난달 광양에 연산 330만t 규모의 4열연강판 공장 가동이 시작되면서 필요성이 크게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포스코 관계자는 “스크랩을 이용해 하이밀에서 생산하는 열연강판 양을 절반으로 줄이고, 철광석과 석탄을 이용해 고로(용광로)에서 생산하는 비중을 늘리려고 한다”고 말했다.

현대제철은 충남 당진의 미니밀에서 연 100만t 생산이 가능하나, 실제로는 연 70만~80만t씩만 제품을 만들고 있다. 현대제철 관계자는 “고로를 보완하기 위해 운영하긴 하는데, 늘 적자를 보는 데다 앞으로도 수지가 개선될 가능성이 크지 않아 고민”이라고 전했다. 동부제철은 고로가 없는 만큼 감산을 고려하지 않고 있지만 흑자를 내기가 쉽지 않아 경영진의 고충이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미니밀이 각 철강회사의 ‘애물단지’가 된 배경은 가격 경쟁력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현대제철 관계자는 “철 스크랩 가격이 최근 조금 하락했지만, 그래도 강판 1t을 생산하는 데 드는 원료비가 50만~55만원 정도”며 “같은 양의 제품을 고로에서 만들면 원료비가 30만원에 못 미치기 때문에 경쟁상대가 안 된다”고 전했다.

완성품 품질도 문제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국내에서 고급 철 스크랩을 안정적으로 구하기가 어렵다 보니, 전기로 방식으로는 자동차용 강판 등 비싼 제품을 만들기가 힘들다”며 “원료값은 비싼데 최종 생산품은 거의 모두 건축자재용 등 중·저가 제품”이라고 설명했다.

작년 말 정부가 산업용 전기료를 올린 것도 전기로 운영에 ‘치명타’가 됐다. 정부는 작년 11월 산업용 전기료를 평균 6.4% 올리기로 했고, 여름철에 높은 전기료를 물리는 기간도 7~8월에서 6~8월로 늘렸다. 특히 포스코와 현대제철은 신규 설비까지 가동하기 시작해 올해 각각 1조원 이상의 전기료를 내야 할 것으로 예상된다. 포스코 관계자는 “전기료로 내야 하는 돈이 2012년 6300억원, 지난해 8300억원에 이어 올해는 1조원을 넘을 전망”이라며 “전기로 방식으로 제품을 생산하기가 갈수록 힘들어지고 있다”고 전했다.

이상은 기자 se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