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멘트 제지 출판 페인트 등 이른바 ‘사양산업’의 주요 종목들이 거침없이 질주하고 있다. 새로운 먹거리(신규 사업)로 탈출구를 찾았거나 구조조정 이후 업황이 개선되면서 ‘턴어라운드(실적 개선)’ 가능성에 힘이 실리고 있다.
新시장 열린 페인트·제지株, 거침없이 질주
○오랜만에 볕 드는 사양산업주

10일 코스닥시장에서 대원미디어 주가는 5760원으로 2.86%(160원) 상승했다. 2012년 이후 줄곧 내리막길을 걷던 이 회사 주가는 올 들어 바닥을 다진 뒤 조금씩 반등을 시도하고 있다.

대원미디어는 계열사인 대원씨아이와 학산문화사를 통해 국내 만화출판 시장의 50%를 점하고 있다. 국내 출판만화 시장 침체와 애니메이션 플랫폼 사업 지연 등으로 실적 부진이 계속되면서 투자자들로부터 외면받아왔다. 지난해엔 영업이익이 적자로 돌아선 여파로 주가도 5월 이후 7개월 만에 1만원에서 4000원대로 반 토막도 더 났다.

하지만 블록완구사업 본격화 등으로 새로운 먹거리에 대한 기대가 커지고 있다. 지난 1분기에는 해외 수출 증가로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최성환 유화증권 연구원은 “프라모델 등을 사모으는 ‘키덜트’의 증가로 대원미디어가 혜택을 보게 될 것”으로 내다봤다. 키덜트란 키드와 애덜트의 합성어로 아동 같은 취미를 갖는 성인 소비자를 뜻한다. 출판경기 악화로 고전하던 삼성출판사도 모바일 사업 확대 등을 배경으로 실적이 개선되면서 올 들어 62% 뜀박질했다.

페인트주들도 신성장동력을 발판으로 주가가 최근 강세다. 건설 조선 등 전통적인 전방산업이 침체를 벗어나지 못하면서 실적 악화가 우려됐지만 부가가치가 높은 스마트폰용 도료 등의 매출이 늘면서 오히려 실적이 개선됐다.

삼화페인트의 이날 종가는 1만6550원으로 작년 말 대비 60.5% 올랐다. 사상 최고 수준이다. 이 회사의 지난 1분기 영업이익은 67억원으로 전년 대비 170% 급증했다. 노루페인트 주가 역시 올 들어 70% 가까이 뜀박질했다.

대표 사양산업 중 올 들어 주가가 가장 먼저 오른 시멘트주와 방직주의 오름세도 이어지고 있다. 최근엔 제지주들도 상승 대열에 합류했다. 원재료인 폐지 가격은 하락한 반면 택배·운송물량 증가로 골판지 수요 등은 늘었기 때문이다.

○실적 개선세 확인 후 투자해야

실적 개선세 외에 올 들어 자산주들에 대한 관심이 높았던 점도 이들 종목의 주가 상승 배경으로 꼽힌다. 성신양회(0.77배) 쌍용양회(0.63배) 등의 주가순자산비율(PBR)은 1배가 안 되고, 동일방직(0.24배) 한국제지(0.29배) 아세아제지(0.45배) 등은 PBR이 0.5배 미만이다. 현재 시가총액이 청산가치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는 의미다.

양해정 이트레이드증권 연구원은 “자산가격 하락에 대한 우려가 조금씩 사그라지면서 PBR이 낮은 종목들이 각광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저평가 종목들의 강세가 여전히 지속되고 있는 만큼 이들 종목의 주가 강세도 한동안 이어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반면 꾸준히 실적이 개선돼야 주가 오름세가 지속될 것이란 지적도 나온다. 오승훈 대신증권 투자전략팀장은 “대기업 중심의 인수합병(M&A)이 늘어남에 따라 현금이나 자산이 많은 기업들이 부각되고 있다”며 “개별 기업별로 구조적인 변화나 장기적인 성장 스토리 등을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강지연 기자 sere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