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MS 이사한 뒤…운명 뒤바뀐 시애틀과 앨버커키
1979년 1월1일, 빌 게이츠가 마이크로소프트(MS) 사옥을 미국 앨버커키에서 시애틀로 옮긴 것은 아주 단순한 이유 때문이다. 시애틀은 공동 창업자 폴 앨런과 그의 고향이었다. 그들의 결정은 두 도시의 운명을 바꿨다.

1970년대 시애틀과 앨버커키의 노동시장은 비슷했다. 시애틀의 인구 대비 대졸 근로자 비율은 앨버커키보다 5%포인트 높은 정도였다. 1990년이 되자 비율은 14%포인트로 벌어졌고, 2000년에는 35%포인트, 지금은 45%포인트까지 격차가 확대됐다. 현재 북미 소프트웨어 기술자에게 지급되는 급여의 4분의 1 이상이 시애틀에서 나간다. 내내 절뚝거리고 있는 앨버커키와는 대조적이다. 도시의 운명을 가른 요인은 무엇이었을까.

《직업의 지리학》은 세계화와 기술 발전이 가져온 세계 경제 지형의 변화를 노동경제학 관점에서 분석한 책이다.

저자는 시애틀과 앨버커키의 사례를 들며 도시별 빈부 격차가 생기고 그 차이가 벌어지는 이유를 설명한다. 열쇳말은 ‘혁신’이다. 혁신이란 정보·소프트웨어·나노·녹색기술과 생명공학 등을 포함하며 오락·환경·마케팅·금융 부문 등에서 새 아이디어와 신제품을 만들어내는 방대한 일자리 집단을 말한다.

저자는 “혁신적 기업과 근로자들이 한곳에 계속 모여들어 승자 도시는 갈수록 강해지는 반면 패자는 더 불리해진다”고 지적한다. MS가 시애틀로 이전하자 첨단기술 기업과 인력을 자석처럼 끌어들인 것처럼 말이다. MS의 이전으로 시애틀에는 저임금 노동자의 일자리가 12만개 생겼고, 대졸 이상 학력자를 위해서도 8만개의 일자리가 만들어졌다.

세계화와 기술 발전은 제조업 쇠퇴와 동시에 혁신 분야의 일자리 창출에 기여했다. 저자는 “지난 10년에 걸쳐 혁신 분야 일자리 성장률은 경제 여타 부문의 전체 일자리 성장률보다 8배 이상 높았다”며 “다른 경제 분야가 이 3개 분야처럼 성장했다면 아기와 노인을 포함한 미국 시민 한 사람에게 일자리가 4개씩 돌아갔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저자는 사는 곳에 따라 연봉이 달라질 수 있다고 말한다. 미국 도시 중에서 평균임금이 세 번째로 높은 보스턴과 끝에서 네 번째인 플린트를 비교해보자. 현재 보스턴의 대졸자 평균 연봉은 7만5173달러. 이는 플린트의 동종 업종 노동자의 거의 두 배에 달한다. 두 곳 모두 과거 공업도시였지만 보스턴은 보건학 연구, 첨단기술 연구개발, 금융업을 유치한 반면 플린트는 여전히 전통 제조업인 자동차 제조에 매달리고 있다.

근로자의 교육 수준은 당사자의 급여뿐 아니라 전체 공동체에까지 영향을 끼친다. 대학을 졸업한 주민이 많다는 사실은 현지 경제를 긍정적으로 바꿈으로써 주민에게 돌아갈 수 있는 일자리 형태와 전체 근로자의 생산성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저자가 강조하는 것은 결국 인적자본의 중요성이다. 저자는 “다가오는 시대에 전 세계의 경쟁은 혁신적 인적 자원과 기업을 유치하는 것을 둘러싸고 벌어질 것”이라며 “또 인적 자원의 소재지를 결정할 때 지리의 중요성과 뭉침의 힘은 계속 커질 것”이라고 예견한다.

김인선 기자 indd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