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흥민아, 울지마! > 23일(한국시간) 브라질 포르투알레그리의 베이라히우 주경기장에서 열린 2014 브라질 월드컵 조별리그 H조 2차전 한국과 알제리의 경기에서 후반전 손흥민이 슈팅 기회를 놓치자 아쉬워하고 있다. 연합뉴스
< 흥민아, 울지마! > 23일(한국시간) 브라질 포르투알레그리의 베이라히우 주경기장에서 열린 2014 브라질 월드컵 조별리그 H조 2차전 한국과 알제리의 경기에서 후반전 손흥민이 슈팅 기회를 놓치자 아쉬워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른 새벽 전국에 안타까운 탄식이 흘렀다. 홍명보호(號)가 반드시 꺾어야 했던 알제리에 완패하며 16강 자력 진출에 실패했다. 한국은 조별리그 3차전인 벨기에전(27일 오전 5시)에서 반드시 이겨야 한다. 한국이 벨기에를 이기더라도 같은 시간 진행되는 알제리-러시아전에서 러시아가 알제리를 이기거나 비겨야 한다. 그래야 한국은 16강 진출의 실낱같은 희망을 엿볼 수 있게 된다.

◆전반에만 3골, 때늦은 후반 추격골

[2014 브라질 월드컵] 홍명보號, 멀어져간 16강…그래도 '실낱 희망'은 있다
홍명보 감독이 이끄는 한국 대표팀은 23일 (한국시간) 브라질 포르투알레그리에서 열린 알제리와의 2014 브라질 월드컵 조별리그 H조 2차전에서 2-4로 패배했다. 한국은 1무1패(승점 1), 골득실 -2를 기록하며 H조 최하위로 처졌다. 같은 날 러시아에 1-0으로 승리한 벨기에가 승점 6점으로 16강 진출을 확정했고 알제리는 1승1패(승점 3), 골득실 +1로 2위에 올랐다. 러시아는 1무1패(승점 1), 골득실 -1로 3위다.

한국은 전반에만 3골을 내줬다. 러시아전에서 보여줬던 압박은 사라졌고 상대의 역습에 수비진은 속수무책으로 뚫렸다. 박주영(29·왓포드)이 원톱으로 나선 공격진은 전반 내내 슈팅 한 번 해보지 못했다.

태극전사들의 눈빛은 후반전 들어 달라졌다. 손흥민(22·레버쿠젠)은 후반 5분 화려한 개인기로 첫골을 만들었다. 1-4로 뒤진 후반 27분에는 이근호(29·상주상무)의 패스를 받은 구자철(25·마인츠)이 추가골을 넣었다. 박주영 대신 투입된 키 196㎝ 김신욱(26·울산)도 활발한 움직임을 보였지만 승부를 뒤집기에는 이미 늦은 시간이었다. 홍 감독은 경기가 끝난 뒤 “전체 결과는 나의 실책 때문이고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하겠다”며 고개를 숙였다.

한국은 이번 경기를 포함해 역대 아홉 차례의 월드컵 본선 2차전에서 4무5패를 기록하며, 한 차례도 승리하지 못하는 2차전 징크스를 이어갔다. 영국의 가디언은 “한국이 안방에서 열린 2002년 한·일 월드컵에서 스페인을 상대로 가장 유명한 승리를 거둔 지 정확히 12년이 흐른 이날 가장 당황스러운 패배를 당했다”고 전했다.

◆벨기에 큰 점수차로 꺾어야

아직 불씨는 희미하게 살아 있다. 한국이 16강에 가기 위한 전제조건은 두 가지다. 첫째 벨기에를 반드시 꺾어야 한다. 비기거나 지면 탈락이 확정된다. 둘째 알제리가 러시아를 이기면 안된다. 알제리가 이기면 한국이 벨기에를 꺾어 승점 4점을 쌓아 5점이 되더라도 벨기에와 알제리(이상 6점)가 조 1, 2위로 16강에 진출하기 때문이다.

한국이 벨기에를 이기고 러시아가 알제리를 꺾으면 16강에 진출할 가능성이 살아난다. 한국과 러시아가 1승1무1패, 승점 4점으로 동률을 이뤄 벨기에(6점)에 이은 조 2위를 놓고 골득실로 다툰다. 다만 한국은 알제리전에서 많은 골을 허용한 탓에 러시아보다 불리하다. 한국은 벨기에를 상대로 무조건 골을 많이 넣어야 하고 러시아의 골 수는 적어야 한다.

한국이 벨기에를 이기고 러시아와 알제리가 비기는 상황에서도 16강 가능성은 발생한다. 한국은 알제리와 1승1무1패, 승점 4점으로 동률을 이뤄 골득실을 따져야 한다. 현재 알제리와 한국의 골득실 차는 3골이다. 한국은 벨기에를 4골 차 이상으로 완파해야 벨기에(6점)에 이어 조 2위를 확보, 16강에 진출할 수 있다.

한국은 어떤 경우에도 많은 골을 터뜨려야 하지만 벨기에는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11위로 H조의 최강팀이다. 알제리도 벨기에와의 1차전에서 별다른 공격을 해보지 못한 채 수비 중심으로 경기하다가 완패했다. 로멜루 루카쿠(에버튼), 에당 아자르(첼시) 등 스타들이 이끄는 공격력이 막강하다. 한국 수비수들은 실점을 막기 위해 러시아, 알제리와의 대결 때보다 더 많은 힘을 쏟아야 한다.

다행히 이날 러시아를 1-0으로 꺾고 16강 진출을 확정한 벨기에의 마크 빌모츠 감독은 힘을 아끼겠다는 뜻을 밝혔다. 빌모츠 감독은 “(한국전에서는) 그동안 출전 기회를 잡지 못한 요원들을 중심으로 전열을 짜겠다”고 말했다.

최만수 기자 bebo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