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페라하우스의 벽과 지붕을 레이저빔과 조명으로 비추는 비비드 시드니 축제.  호주관광청 제공
오페라하우스의 벽과 지붕을 레이저빔과 조명으로 비추는 비비드 시드니 축제. 호주관광청 제공
호주 시드니로 향한다. 인천공항에서 비행기로 10시간 정도 걸리는 거리다. 비행 중간마다 사이판, 발리, 괌, 푸껫 등 온갖 휴양지를 지나간다. 괜스레 이렇게 멀게 여행을 하는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하지만 세계 3대 미항 중 하나로 꼽히는 시드니 아닌가. 그 기대감으로 공항에 내린다. 느낌은 완전히 색다르다. 여기는 겨울로 접어드는 시점이다. 때마침 태풍이 몰아닥친다는 뉴스가 들린다. 북쪽에서 내려온다고 한다. 남반구라는 사실이 확연히 느껴진다. 지난 여름(북반구에선 겨울)에는 시드니가 꽤 더웠다고 한다. 하지만 시드니의 겨울은 그렇게 춥지 않다. 날씨는 쾌적하고 공기는 맑다. 영하로 내려가는 날은 좀처럼 없고 거의 5~16도를 오르내린다. 시드니의 겨울을 배경으로 한 영화가 드문 이유다.

오페라하우스의 장관

시드니에서 먼저 찾은 곳은 오페라하우스다. 공항에서 30분이면 도착할 수 있는 거리다. 서큘러 키 해변에 자리잡은 이 극장은 1959년부터 1973년까지 근 15년에 걸쳐 완성됐다. 설계자는 요른 웃손이라는 덴마크 건축가다. 전 세계에 설계를 공모해 당선된 작품이다. 덴마크는 조립식 장난감 레고가 탄생한 곳. 레고를 만든 창의성이 오페라하우스와 연결돼 있다는 느낌이 피부에 와 닿는다. 이 건물을 조립식으로 설계한 것도 그런 이유였을 것이다. 조개껍질들을 세워놓은 것처럼 보이는 흰 지붕이 10개다. 이 지붕은 스웨덴에서 3년간 연구개발한 세라믹 타일로 만들었다고 한다. 설계자의 상상력도 놀랍고 시공자들의 세밀함도 놀랍다. 두 개의 주공연장과 하나의 레스토랑으로 이뤄진 총 3개의 건물이다. 2007년 유네스코 문화유산에 등재됐다. 다양한 각도에서 바라볼 수 있게 산책로도 꾸며져 있다. 오는 9월부터 시작되는 가을 무대에는 뮤지컬 ‘왕과 나’를 올린다고 한다. 그때 다시 와서 한 번 보고 싶다.

오페라하우스를 실감나게 이해하려면 오페라극장의 내부 투어에 참여하는 게 좋다. 오페라투어는 오페라를 보는 것만큼 재미있다. 한국인 안내자가 30분간 극장 구석구석을 돌아다니며 친절하게 안내해준다. 하루에 7회, 정기적으로 투어를 진행한다. 오페라하우스에서 시드니 시가지를 보는 것도 색다른 즐거움이다.

본다이 비치에서 오토바이를 타고 해변을 도는 관광객.
본다이 비치에서 오토바이를 타고 해변을 도는 관광객.
지난달에는 이 극장을 배경으로 비비드 시드니 축제가 열렸다. 극장의 벽과 지붕을 레이저빔과 조명으로 비추는 축제다. 시드니 밤 공기 속에서 펼쳐지는 빛의 향연이 정말 장관이었다. 라이브 및 현대적 음악 공연들도 곁들여져 관광객들의 환호를 자아냈다. 시드니 오페라하우스와 하버브리지 등 시드니항의 절경이 한눈에 보이는 왕립식물원 내에서 열리는 오페라 야외무대도 걸작이다. 하지만 이 야외무대는 아쉽게도 1년 중 3~4월에만 열린다. 지난 4월에는 푸치니의 오페라 ‘마담 버터플라이’가 무대에 올려졌다.

시드니 해변의 낭만

오페라하우스 구경을 마친 뒤 푸른 바다빛이 매력적인 본다이 비치를 찾았다. 본다이 비치는 서큘러 키에서 30~40분 정도 가면 닿을 수 있는 곳이다. 한 해에 180만명의 관광객이 이 바다를 찾는다고 한다. 시드니에서 가장 여유롭고 낭만적인 곳이다. 파도가 높아 서핑을 하기에 안성맞춤이다. 선선한 가을 날씨에도 서핑을 즐기는 사람이 자주 눈에 띈다.

영화 빠삐용 촬영지 갭파크.
영화 빠삐용 촬영지 갭파크.
근처에는 카페와 음식점도 많다. 가이드가 이곳이 시드니에선 부촌이라고 알려준다. 본다이 비치에서 모터사이클 할리 데이비슨을 타고 해변을 도는 것도 정말 재미있다. 비치를 빠져나오면 영화 ‘빠삐용’의 촬영지로 유명한 갭 파크가 있다. 주인공 빠삐용이 감옥을 탈출하면서 뛰어내렸던 절벽이다. 태평양을 바라다보는 깎아지른 절벽이 압권이다. 갭(Gap)은 오랜 세월 침식과 퇴적으로 형성된 절벽바위의 틈을 말한다. 태평양에서 쉼 없이 달려왔던 파도들이 이 절벽 아래에서 장렬히 전사하는 느낌이다. 1857년 침몰한 영국 함선이 남긴 거대한 닻이 공원 한쪽에 보존돼 있다.

추억이 담긴 포트 스티븐

시드니 항에서 요트를 즐기는 사람들.
시드니 항에서 요트를 즐기는 사람들.
시드니에서 해안도로를 따라 3시간 남짓 북쪽으로 올라가면 포트 스티븐(Port stephen)이라는 절경을 볼 수 있다. 야생 돌고래를 쉽게 만날 수 있는 해변이다. 모터보트를 타고 돌고래가 뛰어노는 장면을 보는 것도 큰 즐거움이다. 이 돌고래들은 이곳에 정착해 사는 거주 돌고래다. 6월부터는 먹이를 따라 이동하는 대형 험프백 고래떼도 목격할 수 있다고 한다. 특히 고래 관광을 설명하는 모터 선장의 얘기가 재미있다. 돌고래가 눈물을 흘릴 때나 복어를 잡아 숨을 불어넣어 탱탱하게 한 뒤 공놀이를 즐기는 장면 등을 실감나게 묘사한다. 이곳에서 20분 정도 차를 타고 남쪽으로 내려오면 애너베이. 모래썰매로 유명한 곳이다. 모래 입자가 아주 작아 실크같다. 보드에 몸을 싣고 모래언덕을 빠르게 내려오는 게 무척이나 즐겁다.
할리 데이비슨 타고 해변 라이딩 '짜릿'… 모터보트 타고 험프백 고래떼와 '눈맞춤'
여행팁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이 매일 인천~시드니 직항편을 운항한다. 비행시간은 10시간가량.

시드니는 연중 340일이 맑아 1년 내내 쾌적하다. 남반구에 있기에 계절은 한국과 정반대다. 여름인 12~2월의 평균기온은 26도, 겨울(6~8월) 평균기온은 16도. 시드니를 포함한 호주는 세계에서 건조한 대륙으로 손꼽힌다. 연평균 강우량이 600㎜ 미만이다. 표준시와 서머타임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대체로 한국보다 한두 시간 빠르다. 화폐는 호주달러를 쓰며 현재 1호주달러가 999원 수준. 멀티어댑터를 챙겨야 한다. 전압은 220V지만 코드가 세 개짜리다. 항공사나 여행사를 통해 호주 비자를 받을 수 있다. 오메가3, 멀티비타민, 달맞이꽃오일 등을 국내보다 30% 이상 싸게 살 수 있다. 와인과 마누카꿀도 한국 여행객들에게 인기 있는 상품이다.

시드니=오춘호 논설위원 ohch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