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이 흐르는 아침] 사랑은 비를 타고
할리우드 탭댄스의 전설 진 켈리에 대한 다큐멘터리에는 뛰어난 뮤지컬 영화 대본작가인 아돌프 그린의 회고가 나온다. 그린은 최고의 지휘자이자 정통 클래식부터 뮤지컬까지 다양한 곡을 쓴 레너드 번스타인에게 자신이 대본을 쓴 ‘사랑은 비를 타고’(1952)를 보여줬다.

번스타인은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 ‘거리에서’ 등 작품성이 뛰어난 뮤지컬을 여럿 썼다. 그런 그도 영화 타이틀에 해당하는 명장면, 즉 인생의 위기에 빠질 뻔했던 돈 락우드(진 켈리)가 어린 배우지망생 캐시(데비 레이놀즈)에게 사랑을 느껴 그녀를 집에 데려다주고 일부러 비를 흠뻑 맞은 채 춤추고 노래하며 밤길을 돌아다니는 부분에서 “삶에 희망을 주는군!”이라며 감격하더라는 것이다.

국가적 참사가 수습되기도 전에 대형사고가 이어지는 안타까운 나날들이다. 그러나 이제 사소한 일상에서부터 삶의 희망을 일부러라도 찾아 나서야 할 때가 아닐까.

유형종 < 음악·무용칼럼니스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