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ENS 사례 참고해 상품구조 이해해야

특정금전신탁은 자금을 맡긴 고객이 지정한 방법에 따라 은행이 운용해 수익을 돌려주는 상품이다. 하지만 비전문가인 고객이 투자 대상을 고르는 게 쉽지 않은 만큼 은행이 투자할 대상과 금리, 만기 등을 ‘사전 설계’해 놓고 고객 동의를 구하는 방식이 일반적이다.
요즘 투자 대상의 상당 부분은 건설사 자산담보부기업어음 (ABCP)다. 주가연계증권(ELS) 등도 특정금전신탁의 주요 투자 대상이다.
ABCP 투자 시 수익률은 신용등급에 따라 다르긴 하지만 보통 연 4%를 웃돈다. ABCP의 신용등급을 높이기 위해 통상 건설사와 증권사가 지급보증을 한다. 신용등급 A1의 경우 연 3% 중후반, A2는 연 4% 중·후반의 이자를 준다. 지난해 ‘동양 사태’ 이후 은행들이 취급을 꺼리는 A3는 연 5%를 넘을 때도 많다. 1년 만기 은행 정기예금 이자의 두 배에 달한다.
만기가 보통 3~6개월로 짧은 것도 인기 배경이다. 특히 미국의 양적완화 축소 정책에 따라 내년 이후 금리 인상이 예상되는 점이 단기 상품인 특정금전신탁의 선호도를 더 높여주고 있다는 진단이다.
때문에 ‘없어서 못 판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특정금전신탁의 인기가 급증했다는 게 은행 프라이빗뱅커(PB)들의 전언이다. KT ENS가 법정관리를 신청한 지난달 12일 이후에도 투자 열기가 지속돼 이달 23일까지 40여일 동안 잔액이 1조5836억원 증가했다.
○‘모 아니면 도’…리스크 관리해야
고객이 투자 대상을 선택하는 것이기 때문에 투자에 따른 책임은 고객이 진다. 지금까지는 만기가 짧고, 지급보증 등으로 신용이 보강됐기 때문에 투자 대상 관련 회사가 만기 때까지 모두 망하는 경우가 아니라면 높은 확정금리를 챙길 수 있어 좋은 투자처로 인식돼 왔다.
하지만 ‘동양 사태’에 이어 KT ENS 법정관리로 피해자가 속출하면서 분위기가 달라질 조짐도 감지된다. 단기간에 고수익을 거두거나, 돈을 다 날릴 수도 있다는 점 때문에 ‘모 아니면 도’라는 투자자들의 인식도 늘어나고 있다.
금융당국은 때문에 특정금전신탁 최소 가입 한도를 5000만원으로 정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김영도 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금리와 만기, 회사 이름만 보고 상품에 가입하기보다는 다소 어렵더라도 특정금전신탁 투자 대상 상품의 구조를 정확하게 이해하고 발생 가능한 위험을 사전에 파악한 뒤 가입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 특정금전신탁
은행 등이 고객으로부터 받은 자금을 고객이 지정한 방법에 따라 운용한 후 수익을 돌려주는 실적배당상품. 투자에 따른 책임은 고객이 진다. 예금과 달리 예금자보호법에 의해 원금이 보장되지 않는다.
김일규/박신영/박한신 기자 black041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