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株 현대차 매도…삼성전자도 매수 폭 줄여
환차익 노린 자금유입 지속…당분간 대형주 순환매 장세
달라진 외국인의 ‘입맛’
국내 증시의 양대 축인 전자와 자동차는 ‘2000 잔치’에서 별다른 재미를 보지 못했다. 원·달러 환율이 10원 떨어질 때마다 삼성전자는 연간 3000억원, 현대차는 연간 1000억원 안팎으로 영업이익이 줄어드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외국인들은 달러당 1050원이 흔들렸던 지난 8일부터 현대차를 순매도하기 시작했으며 이날도 26억원어치의 주식을 던졌다.
이달 들어 외국인 순매수 1위 자리를 꾸준히 지켜오던 삼성전자는 그나마 체면치레는 했다. 이날 외국인 순매수액은 541억원으로 집계됐다. 하지만 3일부터 8일까지 하루 평균 순매수액이 1000억원 안팎에 달했던 것을 감안하면 자금 유입세가 크게 줄었다. 여러 종목을 바스켓에 묶어 한꺼번에 매매하는 비차익거래를 통한 매수세가 삼성전자의 버팀목 역할을 했다는 분석이다.
이날 외국인들이 주로 사들인 종목은 KT(순매수 223억원), 아모레퍼시픽(193억원) 같은 내수주였다.
장 초반에는 원료 수입 비중이 큰 철강, 정유주를 집중 매수하다 중국 수출이 부진하다는 소식이 전해진 뒤 경기 방어주로 포트폴리오를 바꿨다.
대형주 순환매 장세 예고
전문가들은 당분간 외국인 순매수 기조가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배성영 현대증권 연구원은 “달러화 강세 압력이 크지 않아 원고(高)현상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며 “환차익을 노린 외국인 매수세 역시 계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학균 KDB대우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외국인 투자자들은 운용 자금 규모가 커 한번 기조를 잡으면 한동안 일정한 방향을 유지하는 속성이 있다”며 “대형주 위주로 ‘바이 코리아’ 기조가 이어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외국인 자금이 오래 머물지 않을 것이라는 반론도 있다. 이종우 아이엠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외국인이 한국 주식을 사는 것은 성장 가능성이 높아서가 아니라 가격이 싸기 때문”이라며 “다른 투자 대안이 생기면 바로 방향을 바꿀 수 있다”고 설명했다.
수혜 업종에 관해서는 견해가 엇갈린다. 당국의 환율을 얼마나 방어할지, 중국의 경기 상황이 어떻게 바뀔지 등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수 있어서다. 김학균 팀장은 “당분간 대형주라는 틀 안에서 업종별 순환매가 일어날 것”이라며 “여러 업종으로 포트폴리오를 넓힐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송형석 기자 clic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