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4년 4월. 한국 이동통신(모바일) 역사의 서막이 열렸다. 주인공은 카폰. 당시 카폰은 ‘부의 상징’ ‘귀족폰’으로 불렸다. 카폰 한 대 가격이 400여만원, 포니2 승용차가 350만원으로 카폰이 자동차보다 비쌌기 때문이다. 대기업 회장이나 사장, 국회의원 등 고위직들만 카폰을 사용할 수 있었다.

그로부터 30년 뒤인 2014년 현재. 모바일 생활상은 확 바뀌었다. 휴대폰 가입자는 5500만명으로 전체 인구 5000만명을 넘어섰다. 초등학생들도 스마트폰을 들고 다닌다. 스마트폰으로 통화뿐 아니라 뉴스와 책 영화를 보고, 게임을 즐긴다. 한국은 모바일 강국으로 성장했다. 사물인터넷(IoT) 시대가 예고되는 등 모바일 혁명은 전 산업 분야로 급속하게 확산되고 있다.

車보다 비쌌던 카폰…이젠 초등생도 쓰는 '손 안의 PC' 됐다

○삐삐·시티폰·PCS의 추억

카폰 서비스를 시작한 회사는 한국이동통신서비스. SK텔레콤의 전신이다. 한국이동통신서비스는 1984년 3월29일 서울 광장전화국 사무실 한 칸에서 출발했다. 당시 임직원은 32명. SK텔레콤의 연혁이 한국 모바일 역사와 궤를 같이하는 셈이다. SK텔레콤이 카폰 서비스를 시작한 첫해 가입자는 2658명, 매출은 3억9000만원이었다. 현재 SK텔레콤은 가입자 2735만명, 매출 16조6000억원의 초대형 통신사로 성장했다.

카폰부터 스마트폰에 이르기까지 30년간 수많은 모바일 기기가 나타났다 사라졌다. 삐삐와 시티폰 PCS 등이다. 삐삐는 호출음을 딴 무선호출기의 별칭이다. 1990년대 중반까지 전 국민이 폭넓게 이용했다. 1997년 등장한 시티폰은 발신 전용 휴대폰이다. 삐삐를 받고 공중전화에서 줄을 서지 않아도 돼 인기를 끌었다. 그러나 시티폰의 전성기는 반짝에 그쳤다. 같은해 PCS의 등장으로 경쟁력을 잃고 퇴출됐다.

PCS는 본격적인 휴대폰 대중화 시대를 열었다. 시티폰과 달리 발신과 수신이 모두 가능하고, 문자메시지도 보낼 수 있었다. PCS 전에도 휴대폰이 있었다. 그러나 가격이 수백만원에 달해 부자들의 전유물이었다. PCS 가격은 수십만원으로 떨어졌다. 학생부터 직장인, 고령자에 이르기까지 PCS 광풍이 불었다.

○모바일 혁명과 호모 모빌리쿠스

2000년대 후반 3세대, 4세대를 거치면서 통신 속도는 눈부시게 발전했다. 통신사들의 경쟁은 통화 품질에서 속도로 옮겨갔다. ‘한라산에서도 터진다’는 광고 문구는 ‘2배 빠른, 3배 빠른 LTE’로 변했다. 빨라진 데이터 속도를 기반으로 다양한 모바일 서비스가 등장, 국민 생활상을 바꿔놓았다. ‘모바일 혁명’이 일어난 것이다.

2014년 직장인 김유리 씨는 스마트폰 알람을 듣고 잠에서 깬다. 스마트폰으로 버스와 지하철 도착 시간을 확인하고 아침 뉴스를 본다. 교통신호를 기다리는 잠시 동안 이메일을 주고받으며 카카오톡으로 수십명의 친구와 한꺼번에 약속을 잡는다. 자투리 시간엔 스마트폰으로 영화와 책을 본다. 스마트폰으로 하루를 시작하고 마감하는 셈이다. 이런 현대인을 일컫는 ‘호모 모빌리쿠스(homo mobilicus)’란 신조어도 생겼다.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에 따르면 지난해 스마트폰 이용자의 하루평균 이용시간은 약 66분으로 데스크톱PC 이용 시간(55분)을 추월했다. 최근 4년간 데이터 트래픽은 220배 폭증했다.

○CDMA 상용화…세계시장 주도

1996년 세계 최초의 부호분할다중접속(CDMA) 상용화를 계기로 한국은 이동통신 기술 주도국으로 도약했다. CDMA 방식의 이동통신 도입에 따라 기지국 장비 등 관련 시스템과 단말기를 해외 기술에 의존하지 않고 독자 개발할 수 있었다. 이후 SK텔레콤을 비롯한 국내 통신사들은 세계 이동통신망 기술의 진화와 발전을 선도해왔다. CDMA 상용화 경험을 바탕으로 2002년 3G(EV-DO), 2006년 3.5G(HSDPA·고속하향 패킷 접속), 지난해 LTE-A 서비스 등을 세계 최초로 상용화했다.

모바일 혁명으로 정보통신기술(ICT) 생태계가 확장하면서 국가 경제 발전에도 크게 이바지하고 있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은 “2017년 이동통신 산업의 기기·장비·서비스 생산유발액은 각각 17조9000억원 3조6000억원 48조3000억원, 부가가치유발액은 각각 4조5000억원 1조4000억원 24조8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전설리 기자 slj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