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라스 바이어스 클럽', 에이즈 환자가 비꼰 사회의 부조리
할리우드 미남배우 매슈 매코너헤이가 미국 남부의 껄렁한 건달로 변신했다. 아무렇게나 기른 콧수염에다 뼈 가죽만 남은 얼굴엔 혈관이 거의 터질 듯이 선명하다. 그는 갑자기 두통을 호소하더니 혼절해 쓰러지고 만다. 의사로부터 에이즈에 걸렸다는 진단과 함께 30일 시한부 선고를 받는다. 로데오 경기장 구석에서조차 창녀와 섹스를 할 만큼 섹스와 술, 마약에 빠져 방탕한 생활을 탐닉한 결과다.

그는 치료제를 찾아 떠나 각국에서 약품을 처방받아 병세가 호전된다. 그리고 그 약품을 밀수해 자신과 같은 병을 앓는 환자들에게 판매하기 위해 ‘달라스 바이어스 클럽’을 만든다. 그러나 그 약품은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승인을 받지 못해 폐기처분될 위기에 처한다.

올 아카데미 영화제 시상식에서 남우주연상과 남우조연상, 분장상 등 3관왕에 오른 영화 ‘달라스 바이어스 클럽’(6일 개봉·장 마크 발레 감독)은 에이즈가 본격 알려지기 시작한 1980년대 미국 텍사스주에서 일어난 실화를 바탕으로 만든 작품이다.

에이즈 환자 론 우드루프 역의 매코너헤이의 연기가 압권이다. 근육질 80㎏의 체구를 61㎏으로 감량한 도입부에서 그는 금세 쓰러질 것만 같은 모습이다. 그러나 시간이 흐를수록 점점 좋아져 후반부에서는 거의 정상인과 비슷하다. 민간요법으로 병세가 호전되고 있는 상황을 영리하게 연출한 것이다.

에이즈에 걸린 동성애자 역 제라드 레토는 우드루프와 정반대 캐릭터다. 의지력이 강한 우드루프와 달리 연약한 모습이 연민을 불러일으킬 정도다. 여성으로 보이기 위해 거의 분장 수준으로 화장하는 모습은 애처로움마저 느끼게 한다.

영화는 우리 사회를 지배하고 있는 정부 기관이나 전문가들이란 게 사실 얼마나 타락하고 부패해 있는지 비판한다. 의료지식이 없는 환자들이 직접 찾아낸 요법은 병세를 완화시켜 생명을 연장하지만 FDA가 승인한 약품을 복용한 다른 환자들은 부작용으로 더 빨리 숨진다. 명백히 제약회사의 로비, 의사와 정부 요원 간의 커넥션을 떠올리게 한다. “FDA가 승인한 게 그렇지.” 약효가 없다는 것을 환자들은 자조적으로 비꼰다.

유재혁 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