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동헌 기자 dhchung@hankyung.com
정동헌 기자 dhchung@hankyung.com
서울 강남구 청담동은 명품 쇼핑의 1번지로 불린다. 갤러리아백화점 명품관을 비롯해 유명 브랜드 매장이 줄지어 자리하고 있다. 럭셔리한 분위기와 어울리는 고급 음식점도 많다. 겉모양만 화려한 게 아니라 맛도 최고를 지향하는 ‘명품식당’들이다. 그중에서도 ‘더 반 프라임 스테이크하우스’는 정통 미국식 스테이크를 제공하는 곳으로 미식가들에게 알려져 있다.

더 반 프라임 스테이크하우스 내부에 들어서면 원목으로 된 테이블이 먼저 눈에 띈다. 은은한 빛깔의 조명과 묘한 조화를 이루며 왜 고깃집에 ‘헛간’이라는 뜻의 반(barn)을 명칭으로 썼는지 알게 해준다. 영화에서 본 미국 시골농가의 헛간에 흔히 나오는 나무의 투박함에서 읽을 수 있는 꾸미지 않은 멋과 약간은 어두워서 느낄 수 있는 편안함이 전해졌다.
벽면을 장식한 흑백사진
벽면을 장식한 흑백사진
벽을 장식한 인테리어도 대부분 미국 헛간 사진이었다. 흑백사진을 써서 고즈넉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하지만 홀에 걸려 있는 구본창 작가의 분홍색 도자기 사진 두 점과 준초이라는 이름으로 활동하는 최명준 작가가 찍은 와이너리 사진 등은 더 반 프레임 스테이크하우스가 품격을 중요하게 생각한다는 것을 알려줬다. 테이블에 놓인 컵과 냅킨은 모두 국내에서는 구할 수 없는 것이라고 한다. 미국 캘리포니아 나파밸리에서 공수해 왔다는 설명이다.

햄버거스테이크
햄버거스테이크
메뉴는 간단했고, 여느 스테이크 집과 다를 게 없었다. 립아이, 포터하우스, 티본 스테이크, 엘본 스테이크 등 익숙한 요리들이다. 쪽파 샐러드와 백김치 등이 특이하긴 했지만 양송이 버섯구이, 아스파라거스 등 대부분 사이드 메뉴도 다른 스테이크하우스와 크게 다를 게 없었다.

그러나 당황스러웠던 것은 1인분을 주문할 수 없다는 점이었다. 이곳에서 쓰는 고기는 모두 미국에서 수입한 것이다. 미국에서 유통되는 소고기 중 3~5% 정도에만 부여되는 최고급 등급만 쓴다. 최소 두 명이 먹을 수 있는 750g 정도를 시켜야 고기 한 덩이를 가지고 요리할 수 있다. 1인분을 주문하면 자르고 남은 부위를 보관해야 한다. 고기는 잘려 나갈 때마다 육질이 떨어지기 때문에 손님에게 최상의 맛을 선보일 수 없다는 설명이다. 수입한 덩어리 그대로 요리하기 위해서 칼을 가급적 덜 대고 보관하는 게 원칙이다.
정통 미국식 스테이크 '더 반 프라임 스테이크하우스', 스테이크 맛에 감동하고 예스러운 멋에 감탄하고
자리를 잡고 앉아 뼈가 있는 립아이 스테이크를 주문했다. 주방 바로 옆에 있는 저장고에서 고기가 나왔다. 최적의 상태로 이곳에서 숙성시킨다. 고기의 상태를 볼 수 있게 저장고는 유리로 만들어져 있었다. 주방 역시 ‘오픈 키친’ 형태로 밖에서 모든 조리 과정을 볼 수 있는 구조다. 고기는 이곳에만 있는 독특한 오븐에서 구워졌다. 위와 아래에서 열기가 동시에 나와 육즙이 빠지지 않도록 한 것이 특징이다.

15분 뒤 고기가 나왔다. 더 반 프라임 스테이크하우스에서는 구워진 고기를 손님에게 보여준 다음 이를 먹기 좋게 잘라서 내온다. 뼈에 붙어 있는 고기는 셰프가 직접 장갑을 끼고 테이블로 와서 발라준다. 사용하는 모든 접시를 데워 고기가 식지 않도록 서비스하는 것도 특징이다. 스테이크는 부드럽다기보다 쫀득했다. 진공 상태에서 저온 숙성시켜 씹는 맛을 극대화했기 때문이다. 부드럽게 입에서 녹는 맛은 아니지만 육질이 생생하게 느껴지는 독특한 맛이었다.

코스 메뉴는 따로 없다. 런치 메뉴로는 더 반 클래식 햄버거스테이크가 유명하다. 계란 프라이가 위에 올려진 옛날식 햄버거스테이크다. 프라임 등급의 소고기를 다져 만들었다.
정통 미국식 스테이크 '더 반 프라임 스테이크하우스', 스테이크 맛에 감동하고 예스러운 멋에 감탄하고
점심시간에는 명품 쇼핑객, 저녁시간에는 외국계 기업 최고경영자들이 주로 온다. 근처에 있는 한 엔터테인먼트 회사의 연예인들도 이곳을 자주 찾는다고 한다. 10명 정도가 식사할 수 있는 프라이빗룸을 포함해 약 36개의 좌석이 마련돼 있다. 여름철에는 테라스 좌석도 운영한다.

단골 VIP 고객에게는 개인 나이프를 제작해준다. 이니셜을 나이프에 새겨 넣은 뒤 별도로 보관하는 것. 현재 이곳에 자신의 이름이 새겨진 나이프를 두고 올 때마다 꺼내 쓰는 고객 수는 50여명에 이른다.

강진규 기자 jos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