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사이트 2월13일 오후 5시58분

“신용등급이 ‘AA’에 못 미치는 기업들은 회사채 시장에서 돈을 조달하기 힘든 상황입니다. 유상증자나 전환사채(CB) 발행 등 증권시장을 통한 자금조달로 눈을 돌릴 수밖에 없다는 얘기입니다. 올해 주식발행시장(ECM·Equity Capital Market)은 작년보다 30% 이상 커질 겁니다.”(신용각 현대증권 IB2본부장)

증시 침체로 지난해 ‘기업 자금조달 창구’ 역할을 제대로 못했던 ECM이 올해는 기업들의 ‘자금 숨통’을 터주는 핵심 통로가 될 것으로 전망됐다. 유동성 위기를 겪고 있는 한진 현대는 물론 10대 그룹 모두 증시를 통한 자금조달 수요가 있는 것으로 예상됐다.

[마켓인사이트] "10대그룹 모두 증시 통해 자금조달 할 것"
◆“증시 통한 자금조달 늘어날 것”

한국경제신문이 투자은행(IB) 리더와 전문가 61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55.1%가 ECM을 통한 자금조달이 작년보다 늘어날 것으로 답했다. 대다수 전문가가 꼽은 ECM 부문의 작년 대비 성장폭은 20~50% 수준. 그러나 KDB대우증권, 신한금융투자, 법무법인 광장 등은 “2배 이상 확대될 것”으로 내다봤다.

전문가들이 꼽은 ECM 활성화의 근거는 크게 두 가지다. 회사채 시장 경색이 첫 번째 이유다. 2년 이상 지속된 증시 침체로 기업공개(IPO)나 유상증자 등을 미뤘던 기업들이 올 들어 ‘행동에 나설 것’이란 전망도 ECM 활성화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기업들이 가장 애용할 ECM부문 자금조달 수단으로는 보통주 유상증자(51.1%)가 꼽혔다. 지난해 두산건설이 발행하면서 주목받은 전환상환우선주(RCPS·보통주 전환권 및 원금 상환권 있는 우선주)를 선택한 전문가도 33.7%에 달했다.

반면 BW 수요는 거의 없을 것으로 전망됐다. 채권과 신주인수권(워런트)을 따로 떼어 매각할 수 있는 분리형 BW 발행이 금지된 탓이다. BW를 대체할 수단으로는 CB(66.3%)가 1순위로 지목됐다. CB를 구조화 작업을 통해 채권과 주식전환권으로 떼어낼 수 있게 설계하면 분리형 BW와 비슷한 효과를 낼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10대 그룹 모두 ECM 수요 있다”

[마켓인사이트] "10대그룹 모두 증시 통해 자금조달 할 것"
올해 ECM 시장을 노크할 후보로는 현대 한진 동부 GS 한화그룹 등이 꼽혔다. 해운 건설 철강 태양광 등 그룹 주력사의 부진으로 인해 자본 확충이 시급하다는 게 IB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회사채 발행을 통한 자금조달이 쉽지 않은 만큼 주요 계열사의 증자나 IPO, 지분매각 등이 예상되고 있다.

포스코 역시 신용등급을 끌어올리기 위해 자회사 상장을 통한 ‘여윳돈 만들기’에 나설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SK그룹과 현대중공업그룹도 올해 ECM시장의 ‘큰손’ 리스트에 올라있다. 공모금액이 조(兆) 단위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는 SK루브리컨츠와 현대오일뱅크의 IPO 가능성 때문이다.

일각에선 지주사 전환 및 상속 이슈가 있는 삼성, 현대자동차그룹과 신규 사업을 위해 넉넉한 자금이 필요한 LG그룹도 올해 증시 문을 두드릴 것으로 보고 있다. 잇따른 인수합병(M&A)과 해외 진출로 ‘곳간’이 빈 롯데그룹이 ECM에서 해법을 찾을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다. CJ그룹은 해외 진출에 필요한 자금을 현지에서 조달하기 위해 해외주식예탁증서(GDR)에 관심을 가질 것으로 IB업계는 내다보고 있다.

IB업계 고위 관계자는 “10대 그룹 모두 올해 ECM 수요가 있는 셈”이라며 “올해 주가만 받쳐준다면 ECM에 큰 장이 설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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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상헌/이해성 기자 ohyea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