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증권사가 글로벌 투자은행(IB)으로 성장하기에는 ‘갈 길이 멀다’는 평가가 여전하다. 10년 이상 걸릴 것이란 전망이 작년 조사에 비해 늘었다. 성장환경 자체가 조성이 안돼 있다 보니 국내 IB와 글로벌 IB 간 격차가 갈수록 벌어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IB 리더들은 ‘한국 IB가 글로벌 IB로 성장하는 데 얼마의 기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는가’라는 질문에 50%가 ‘5~10년’을, 34.48%가 ‘10년 이후’라고 답했다. 10년 이후라는 응답은 작년 조사 결과(22.22%)보다 크게 늘었다. ‘글로벌 IB로 성장하는 데 가장 큰 한계가 무엇인가’라는 질문엔 ‘해외 네트워크 부족’이라는 답이 29.97%로 가장 많았다.
해결 방법으로는 ‘증권사 간 인수합병(M&A)을 통한 몸집 키우기’가 27.92%로 가장 많았다. 한 외국계 증권사 대표는 “증권사가 너무 많다보니 수수료 덤핑 등 ‘제 살 깎기’ 경쟁이 심해지고, 심지어 서비스 대가를 받지 않으려는 잘못된 관행까지 만연해 있다”고 했다.
국내 증권사들은 기업공개(IPO) 주관수수료 비율이 1% 이하 수준인 반면 미국 등 선진국은 2% 넘게 받는 경우가 많다. M&A 자문수수료 비율 역시 선진국의 2분의 1 정도이고, 중국보다도 낮다. 국내 한 증권사 IB부문 대표는 “글로벌 IB가 나오길 기대하기보다 한국 자본시장 규모를 더 키우는 것이 급선무”라고 말했다. 이 밖에 분리형 신주인수권부사채(BW) 발행 금지나 영업용순자본비율(NCR) 등 규제가 많은 것도 국내 IB발전의 걸림돌이라는 지적이 많았다.
한편 해외 기업 M&A를 노리는 국내 기업들의 주요 ‘사냥터’는 유럽(39.6%)과 아시아 지역(37.07%)이 될 것으로 조사됐다. 국내 기업은 주로 중국 기업들의 ‘사냥감’이 될 것(57.18%)이라는 대답이 많았다.
안대규/정영효 기자 powerzani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