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사이트 2월9일 오후 4시5분

[마켓인사이트] 한화, 이탈리아 최대 가스社 지분 인수 추진
한화그룹이 이탈리아 최대 천연가스회사와 전력회사 지분 인수전에 뛰어들었다. 전체 인수 규모는 2조5000억~3조원에 이를 전망이다.

9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한화는 지난달 말 이탈리아 CDP 레티 지분 49%를 인수하기 위한 예비 입찰에 참여했다. CDP 레티는 이탈리아 자원 개발 공기업인 CDP의 100% 자회사로 이탈리아 최대 천연가스회사인 스남과 전력회사 테르나 지분 30%씩과 경영권을 보유한 특수목적회사(SPC)다. 이탈리아 정부의 공기업 민영화 계획에 따라 보유 지분 49%의 매각을 추진하고 있다.

인수전에는 한화 외에 중국국가전력망공사도 참여했다. 국내에서는 한화 외에 미래에셋자산운용이 사모펀드(PEF)를 통해 투자를 검토하다가 막판에 접었다.

CDP 레티 지분 49%를 인수하더라도 CDP가 나머지 지분 51%를 갖고 있어 스남과 테르나의 경영에는 참여할 수 없다. 대신 CDP는 특별 배당금 형식으로 수익을 보전해 주는 방안을 제시하고 있다. 수익률은 연 6% 안팎인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한화는 일단 재무적투자자(FI) 형태로 지분 인수전에 참여하지만 앞으로 CDP가 지분을 추가 매각하거나 경영 참여를 허용할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뛰어들었다”고 전했다. 한화그룹은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되면 국내외 투자자를 모집해 컨소시엄 형태로 참여할 계획이다.

스남은 설비, 재기화(再氣化), 운송, 저장, 유통 등의 전 과정을 아우르는 유럽 1, 2위권 천연가스회사다. 테르나는 이탈리아 최대 전력 송전시스템 운영회사다. 이 때문에 매각 전부터 유럽 진출을 추진하는 아시아 지역 에너지 회사와 국부펀드들의 관심이 높았다.

이탈리아 정부와 대주주측은 이달 중 우선협상대상자를 정하고 본계약까지 마친다는 방침이다.

이탈리아는 정부 재정 건전성을 높이기 위해 CDP 레티를 비롯해 우량 공기업의 지분 매각에 들어갔다. 수출금융공사 지분 60%, 철도역 관리업체 그란디 스타지오니 지분 60%, 조선업회사 피칸티에리 지분 40%, 항공운송업체 에나브 지분 40% 등을 팔아 120억유로(약 17조5000억원)를 조달한다는 계획이다.

한화그룹은 해외 기업 인수합병(M&A)에 적극적인 국내 대기업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 태양광 세계 1위를 목표로 2010년 미국 나스닥에 상장된 중국 태양광 기업 솔라펀파워홀딩스(현 한화솔라원)를 4500억원에 인수했다.

2012년에는 한때 세계 최대 태양광 회사였던 독일 큐셀을 인수, 단숨에 연간 2.4GW의 셀 생산능력을 갖춘 세계 3위 태양광 업체로 발돋움했다.

그러나 2012년 8월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이 횡령 등의 혐의로 법정 구속된 뒤 해외 M&A는 ‘올스톱’ 상태였다. IB 업계에선 CDP 레티 인수전을 계기로 한화그룹이 다시 해외 기업 공략에 기지개를 켤지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한화그룹 측은 김 회장이 구속 집행정지 상태에서 재판을 받고 있으나 미래 성장동력 확보를 위해 에너지를 중심으로 해외 기업 M&A에 힘쓰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고등법원은 11일 김 회장에 대한 파기환송심 선고를 할 예정이다.

고경봉/하수정/정영효 기자 kgb@hankyung.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