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이 특허소송 협상 조건으로 삼성전자 측에 ‘복제 금지 조항’을 합의문에 넣도록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20일(현지시간) 특허 전문 블로그 포스페이턴츠와 정보기술(IT) 전문 매체 시넷 등에 따르면 애플 측은 ‘앞으로 삼성전자는 애플의 제품을 베끼지 않는다’는 내용의 복제 금지 조항을 합의문에 넣어야 특허소송 협상을 진행할 수 있다고 요구했다. 특허소송 담당인 루시 고 판사의 요청에 따라 신종균 삼성전자 IM(정보기술·모바일) 부문 사장과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는 내달 만나 양사의 특허분쟁 해결 방안을 논의하기로 했다. 이에 앞서 두 회사의 실무급 변호인들이 논의하는 과정에서 이 ‘복제 금지 조항’이 이슈가 된 것으로 알려졌다.

애플의 입장은 강경하다. 포스페이턴츠는 “삼성전자에서 받아낼 배상금은 줄일 수 있지만 복제 금지 조항만은 양보 못 한다는 게 애플 입장”이라고 전했다.

하지만 삼성전자가 이 같은 애플의 요구를 들어줄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애플의 복제 금지 조항에 합의하는 것이 ‘지금까지 애플의 제품을 베꼈다’고 인정하는 것으로 비쳐질 수 있기 때문이다. 앞으로 신제품을 출시할 때마다 애플의 눈치를 살펴야 하는 문제도 있다.

한 전자업계 관계자는 “애플의 복제 금지 조항 요구는 사실상 삼성전자로부터 ‘항복 선언’을 받겠다는 것”이라며 “두 회사의 주장이 평행선을 달리고 있어 합의가 쉽지 않아 보인다”고 말했다.

심성미 기자 smsh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