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될 성싶은 나무에만 물 주기…성공 부르는 블록버스터 법칙
1999년 워너브러더스의 사장 겸 영화·TV 스튜디오 경영 책임자로 임명된 앨런 혼은 연간 25편의 후보작 가운데 폭넓은 호소력을 지닌 4~5개 작품을 골라냈다. 그리고 총생산비와 마케팅 예산의 상당 부분을 떼어내 이들 작품에 집중적으로 투자했다. 그는 이런 작품을 사업의 근간 혹은 핵심이라는 뜻에서 ‘텐트기둥(tent-pole)’ 또는 ‘이벤트 영화’, 남녀노소 네 계층이 모두 본다는 뜻에서 ‘4기통 영화’라고 불렀다.

몇 년 사이 이벤트 영화 전략은 자리를 잡았다. 워너브러더스는 해마다 그런 영화를 4~5편씩 개봉했다. 혼이 워너브러더스의 책임자로 있던 마지막 해인 2010년의 경우 ‘인셉션’ ‘타이타닉2’ ‘해리 포터와 죽음의 성물 1부’ 등이 이벤트 영화였다.

혼의 전략은 적중했다. 그가 지휘봉을 잡은 12년 동안 워너브러더스는 할리우드 6대 영화사 중 10년 연속 매출 10억달러를 넘는 신기록을 수립했다. 2010년 워너브러더스는 전 세계 박스오피스 매출이 48억달러에 달하는 업계 선두였고, 해리포터 여덟 편으로만 77억달러를 벌어들였다.

[책마을] 될 성싶은 나무에만 물 주기…성공 부르는 블록버스터 법칙
《블록버스터 법칙》은 이런 사례를 보여주며 “제작비를 생산라인 전역에 얇게 뿌리고, 수익을 높이기 위해 비용을 아끼려고 할 것이 아니라 될 성싶은 블록버스터에 집중하고 ‘2류 작품’에는 성의 표시만 하는 전략이 쇼 비즈니스(엔터테인먼트 산업)에서 성공으로 가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라고 설명한다.

저자는 하버드대 경영대학원의 경영학 석좌교수. 하버드대 사상 최연소로 정년을 보장받은 저자는 지난 10년 동안의 다양한 현장 조사와 사례 연구 등을 종합해 “콘텐츠 제작자가 초대형 사업을 외면하면 장기적으로 실패 확률만 높일 뿐”이라고 지적한다. 워너브러더스의 경우 2010년 22편의 영화를 개봉하며 총제작비로 15억달러, 마케팅비로 7억달러를 썼다. 제작비의 3분의 1을 대작 세 편에 쏟아부었고 전체 이익금의 60% 이상을 벌어들였다.

블록버스터의 법칙은 영화산업에만 적용되는 게 아니다. 음반, 오페라, 출판 등 엔터테인먼트 산업 전체는 물론 스포츠와 여타 비즈니스로 확산되고 있다고 저자는 설명한다. 팝 가수 레이디 가가(사진)는 2008년 한물 간 남성밴드 뉴키즈온더블록의 보조가수였다. 그러던 가가는 이듬해 가을 엄청난 히트를 쳤고 2011년 포브스가 선정한 100대 유명인사 목록에서 오프라 윈프리를 앞질렀다. 이는 가가의 타고난 음악성과 노력은 물론 매니저인 트로이 카터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가가는 당초 음반을 내면서 입소문을 널리 퍼뜨리고 페이스북, 트위터, 유튜브에 크게 의존했다. 대신 마케팅 전략은 제한적인 배급을 택했다. 그러나 2011년 5월 세 번째 앨범 ‘본 디스 웨이(Born This Way)’를 출시할 땐 달랐다. 매니저 카터는 광폭 배급 전략으로 바꿔 이 앨범을 미국 내 2만곳에 전시했고, 음반 소매점뿐만 아니라 스타벅스 같은 커피 체인, 전자제품 소매업체, 잡화점, 드러그스토어에도 깔았다. 그 결과 발매 첫주에 110만장이 팔렸고, 1년 만에 200만장이 팔리는 대히트를 기록했다.

슈퍼스타들에게 거액을 지급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슈퍼스타의 팬을 자신들이 제작하는 영화나 프로 구단의 열성팬으로 바꾸려는 것이라고 저자는 설명한다. 유튜브, 페이스북 등을 낳은 디지털 기술이 블록버스터의 종말을 가져올 것이라는 전망도 저자는 부정한다. 블록버스터는 대중문화와 오히려 더 가까워진다는 것.

저자는 한 걸음 더 나아가 “승자독식의 시장에는 ‘평균’이 통하지 않으므로 다른 모든 산업 분야에도 블록버스터 전략이 스며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서화동 기자 fire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