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산CC를 찾은 골퍼들이 1인용 전동 카트를 끌고 캐디 없이 셀프 라운드를 하고 있다. 한은구 기자
군산CC를 찾은 골퍼들이 1인용 전동 카트를 끌고 캐디 없이 셀프 라운드를 하고 있다. 한은구 기자
“해외 전지훈련 대신 군산CC에서 ‘칼’ 한번 갈아볼까.”

국내 최대 골프장인 군산CC(81홀)는 요즘 겨울임에도 불구하고 성수기를 방불케 할 정도로 손님들로 북적댄다. 동절기에 하루 최대 180팀 정도 수용 가능한 군산CC는 연일 150팀 이상을 받고 있다. 특히 주말보다 평일에 손님이 더 몰린다. 2인 플레이도 가능해 부부끼리 오붓하게 걸어가면서 라운드하는 모습이 자주 눈에 보였다.

군산CC가 ‘겨울 특수’를 누리게 된 이유는 4만5000원(주중 기준)의 사상 최저가 그린피에다 ‘셀프 라운드’(캐디 없이 라운드하는 것) 때문이다.

18홀 기준 그린피가 5만원 이하로 내려간 것은 국내 골프장에서는 처음이다. 게다가 캐디를 쓰지 않아도 돼 팀당 12만원의 캐디피를 아낄 수 있다. 팀당 8만원을 내야 하는 카트비도 대폭 낮췄다. 대당 1만원 하는 1인용 전동 카트를 끌고 나가면 된다. 결국 식음료비를 제외한 18홀 라운드 비용이 1인당 5만5000원이면 되는 셈이다. 1박2일 36홀 패키지(4인 기준)를 이용하면 1인당 숙박비 1만원만 추가하면 된다. 주말 그린피는 8만5000원이다.

지난 7일 군산CC에서 1인용 카트를 이용해 셀프 라운드를 해봤다. 대당 3000원 하는 수동 카트가 있으나 바퀴에 모터가 달린 전동 카트가 힘이 덜 들고 훨씬 수월했다. 라운드를 나가기 전 진행요원이 간단한 작동법을 알려줬다.

손잡이에 달린 조절 버튼을 누르면 출발하고 이 버튼을 오른쪽으로 돌리면 속도가 올라간다. 최대 9까지 올릴 수 있으며 페어웨이에서는 5~6 정도를 놓으면 된다. 카트를 끌고 페어웨이로 얼마든지 진입할 수 있고 공 바로 옆에 정차시킨 뒤 원하는 클럽을 선택하면 된다. 그린 바로 옆에 세워둘 수도 있다.

골프장 측에서는 셀프 라운드 소요 시간을 9홀에 2시간10분으로 정해놓고 있지만 예상보다 5~10분 정도가 더 걸렸다. 코스를 알고 익숙해지면 2시간10분 이내에 주파가 가능해 보였다. 캐디가 없어 거리 표시목과 육안으로 거리를 판단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다. 거리측정기를 따로 챙긴다면 금상첨화다. 홀 이동 표시가 완벽하지 않아 간혹 다른 홀로 갈 수도 있다. 카트도로에 그려진 유도선을 잘 따라가면 된다.

1인용 카트를 이용한 라운드의 묘미는 걷는 데 있다. 18홀 내내 걸으면서 이동한다. 평소 5인승 전동 카트에 길들여진 골퍼라면 라운드를 마친 뒤 다리에 피로감이 몰려들 수 있지만 운동을 원하는 골퍼들은 대부분 환영 일색이다. 부부 동반으로 골프장을 찾은 장춘섭 씨(60·경기 분당)는 “최근 여기저기서 올레길이 인기를 끌고 있는 상황에서 골프장을 걸으면서 라운드할 수 있다면 이보다 더 좋을 순 없을 것”이라며 “내 또래 친구들이 등산하다가 관절을 다친 경우가 많은데 골프장은 그런 걱정 없이 안전하다”고 말했다.

군산CC는 성수기에도 셀프 라운드를 확대해나갈 방침이다. 박현규 군산CC 회장은 “연봉 2000만~3000만원 받는 직장인들도 골프를 쳐야 진정한 골프 대중화라고 생각한다”고 소신을 밝혔다.
예약 문의 (063)472-3355

군산=한은구 기자 to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