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냉키도 인정한 가상화폐 '비트코인'…가치 1년새 75배 '껑충'
온라인 가상화폐인 비트코인 가치가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도쿄 마운틴곡스 거래소에서 비트코인의 단위당 가격은 19일 한때 900달러까지 치솟았다. 이틀 전보다 두 배 뛴 것으로 전년 동기에 비해 무려 7500% 상승한 가격이다.

가격 상승의 일등 공신은 미국 상원 청문회다. 규제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마련된 청문회가 비트코인의 가치를 높이는 계기가 됐다. 벤 버냉키 미국 중앙은행(Fed) 의장은 청문회에 보낸 서신을 통해 “비트코인이 범죄와 자금 세탁 등에 악용될 소지가 있지만 장기적으로 빠르고 안전하며 효율적인 지급 시스템이 될 수 있다”고 밝혔다.

비트코인은 이미 유럽과 북미, 중국 등에서 현금처럼 쓰이는 데다 한국에도 지난 4월 ‘코빗’이라는 거래소가 생기는 등 영향력이 확대되고 있다.

◆중앙은행의 화폐독점 반발로 탄생

버냉키도 인정한 가상화폐 '비트코인'…가치 1년새 75배 '껑충'
비트코인은 물리적 실체 없이 컴퓨터 사이에서만 주고받는 가상화폐로 각국 중앙은행이 화폐 발행을 독점하고 자의적인 통화정책을 펴는 것에 대한 반발로 탄생했다. 2009년 나카모토 사토시라는 정체불명의 개발자가 만든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2009년은 Fed가 막대한 양의 달러를 찍어내 시장에 공급하는 양적완화가 시작된 해로, 달러화 가치 하락 우려가 겹치면서 비트코인이 대안 화폐로 주목받기 시작했다.

비트코인은 미리 짜인 규칙에 따라 일정한 속도로 발행되며 그 양이 점점 줄어 최종적으로 2100만개까지만 발행된다. 발행량이 정해져 있고 통화를 관리하는 주체가 미리 짜인 프로그램이기 때문에 중앙은행의 통화정책에 의한 화폐 가치 하락 위험은 없다. 현재까지 발행된 비트코인은 1200만개 정도로 총액은 95억7500만달러(약 10조1025억원)에 달한다.

◆환전사이트를 통해 구매·현금화


비트코인 거래는 인터넷에서 내려받은 ‘지갑’ 프로그램을 사용한다. 이 프로그램으로 인터넷뱅킹하듯 비트코인을 송금할 수 있다. 비트코인의 구입이나 현금화를 도와주는 환전사이트(거래소)도 생겼다. 환전사이트 계좌에 돈을 입금하면 환전상이 지갑 프로그램으로 구매자에게 비트코인을 보내주는 방식이다. 현금화는 반대의 과정을 거친다.

비트코인은 금융회사를 거치지 않고 암호화된 주소를 통해 개인 간 익명으로 거래되기 때문에 정부나 감독기관의 감시를 받지 않는다. 이런 이유로 추적이 불가능해 세금 징수가 어렵고, 해외 송금 시 비싼 송금 수수료를 내지 않아도 된다.

비트코인 가맹점도 꾸준히 늘고 있다. 미국의 온라인 쇼핑몰들에 이어 유명 블로그 서비스인 워드프레스가 비트코인을 받고 있으며, 키프로스와 캐나다에서는 비트코인을 현금으로 교환하는 현금입출금기(ATM)가 등장했다. 독일은 지난 8월 비트코인을 개인 간 거래에 쓰이는 통화로 공식 인정했고, 최근 중국의 인터넷 포털 바이두까지 거래 수단으로 사용하면서 중국 투자자들이 비트코인으로 몰렸다. 거래량 기준으로 중국은 이달 들어 일본을 제치고 1위에 올라섰다.

비트코인은 국내서도 주목받고 있다. 지난 12일 한국은행에서는 금통위원까지 참석한 ‘비트코인 세미나’가 열렸다. 하루 거래액은 3억원 정도인 것으로 전해졌다.

◆범죄 악용·해킹에 취약

비트코인 확산의 부작용을 우려하는 시각도 있다. 톰 카퍼 미국 상원 국토안보위원장은 “아직 많은 업체들이 비트코인을 이용해 무기를 거래하고 아동 포르노를 판다”고 지적했다. 비트코인의 익명성과 추적이 어려운 점을 악용해 자금을 세탁하고, 마약과 무기를 거래하다 지난달 미국 연방수사국(FBI)에 적발돼 폐쇄된 온라인 쇼핑몰 ‘실크로드’를 겨냥한 발언이다.

급격한 변동성과 더불어 해킹 위험성도 지적된다. 지난 11월엔 호주에서 비트코인 보관업체 인풋닷아이오가 150만달러 상당의 비트코인을 도난당하는 사건이 발생하는 등 해킹 사건이 이어지고 있다.

■ 비트코인

비트코인은 지폐와 달리 물리적인 형태가 없는 온라인 가상화폐다. 사용자들은 인터넷에서 내려받은 ‘지갑’ 프로그램을 통해 인터넷뱅킹으로 계좌이체하듯 비트코인을 주고받을 수 있다. 인터넷 환전사이트에서 비트코인을 구매하거나 현금화할 수 있다.

박병종 기자 dda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