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리처드밀은 독특한 소재에 ‘억’ 소리 나는 가격으로 유명하다. 딱 보면 누구나 ‘정말 특이하네’라고 생각할 만한 시계가 나온다. 첨단 소재를 활용하고 자동차, 건축, 항공산업 등에서 영감을 얻은 초현대적 디자인이 특징.
창업자 리처드 밀 회장을 한국 언론 처음으로 인터뷰했다. 밀 회장은 “올 크리스마스에 서울 신라호텔에 매장을 열고 한국에 진출한다”고 밝혔다. “많은 한국인에게 최고급 명품의 아름다움과 열정을 제대로 보여주겠다”고 강조했다.
‘모브쌩’ 시계부문 회장을 지낸 그는 50세 때 자기 이름을 딴 브랜드를 만들어 독립했다. 리처드밀은 2001년 첫 제품으로 딱 한 가지 모델을 내놨다. 20만유로(약 2억9000만원) 가격표가 붙은 ‘RM 001 투르비용’이다. 포뮬러원(F1) 경주용 자동차를 닮은 이 시계의 특성은 지금도 리처드밀의 DNA와 같다. “내가 원했던 ‘꿈의 시계’를 내놓고 싶었다. 사실 갓 탄생한 브랜드로선 위험한 도박이었다. 하지만 선주문이 수백건 몰리면서 몇주 만에 동났고, 성공적으로 둥지를 틀었다고 확신하게 됐다.”

“경주용 자동차는 고속으로 달리기 위해 만든 것이듯 우리 시계는 기능에 충실합니다. 불필요한 건 표시하지 않습니다. 형태라는 건 기능이 낳는 겁니다. 미적으로만 접근해 거기에 기능을 끼워넣어선 안 되죠.”

나달과 손잡고 만든 ‘RM 027’이 좋은 예다. 가볍게 만들기 위해 티타늄, 알루미늄, 리듐 등의 신소재를 사용했고 격렬한 운동에도 깨지지 않도록 견고함을 높이는 데 초점을 맞췄다. 나달은 2010년 이 시계를 차고 세계 3대 국제 테니스 대회에 출전해 모두 우승을 거머쥐었다.
리처드밀은 시계 하나에 수천만원에서 수억원을 넘나드는 초고가 브랜드다. 너무 비싸지 않으냐고 묻자 밀 회장은 “우리 제품이 비싸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맞받았다. “리처드밀은 타협 없는 완벽함을 추구한다. 유명 공급업체에서 찍어내는 부품을 그냥 가져다 쓸 수 없다는 뜻이다. 우린 스크루처럼 굉장히 작고 미세한 부품도 다 직접 만든다. 여기에 들어가는 막대한 시간, 돈, 노력, 의지를 감안하면 비싼 게 아니다.”
현재 리처드밀의 연간 생산량은 3000개 안팎. 밀 회장은 “수요를 맞추기 위해 해마다 몇백개씩 늘려갈 계획이지만 극단적 확장은 하지 않겠다”며 “아무리 늘려도 연간 5000개는 절대 넘기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홍콩=임현우 기자 tard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