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란음모 혐의로 사전구속영장이 청구된 이석기 통합진보당 의원이 3일 국회에서 열린 방송공정성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하지 않아 자리가 비어 있다.  /연합뉴스
내란음모 혐의로 사전구속영장이 청구된 이석기 통합진보당 의원이 3일 국회에서 열린 방송공정성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하지 않아 자리가 비어 있다. /연합뉴스
이석기 통합진보당 의원이 이끈 ‘RO(혁명조직)’ 조직원들이 공안당국의 수사망을 피하기 위해 해외에 서버를 둔 구글의 지메일 계정을 활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메일은 계정 가입 시 개인 인적사항을 입력할 필요가 없고 해외에 서버를 두고 있어 수사당국의 압수수색 및 추적이 어려운 점을 노린 것으로 분석된다고 사정당국 관계자는 분석했다.

3일 검찰과 국가정보원 등 당국에 따르면 구속된 홍순석 통진당 경기도당 부위원장, 이상호 경기진보연대 고문, 한동근 전 수원시위원장 등 RO 조직원들은 구글 지메일 계정에 가입해 해외 계정 개설자들과 연락을 주고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공안당국은 RO 조직원 이메일에 대한 압수수색 과정에서 이들이 해외 지메일 계정 30~40개와 접촉한 사실을 확인하고 북한과의 연계 가능성을 분석하고 있다. 다만 해외 지메일 계정 개설자가 북측 인사인지는 아직 밝혀지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공안당국이 RO 조직원들의 이메일 내용을 일부 복원한 결과 “유사시 북한 잠수함 지원 방안을 준비하라”는 등의 내용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자들은 해외에 서버를 둔 이메일 계정을 이용하는 경우가 많다. 2011년 국정원과 검찰에 적발된 간첩단 ‘왕재산’도 미국에 서버를 둔 지메일을 통해 북한의 지령을 받은 것으로 드러난 바 있다.

구글은 우리 사법당국이 요청하면 내부 기준에 따라 일정 부분 이메일 내용 열람을 허용하고 있다. 하지만 복잡한 사법공조 절차로 인해 이메일 내용 확인까지는 최소 수개월이 걸릴 전망이다.

수사당국은 이메일 추적과 함께 RO 조직의 자금줄을 찾는 데도 수사력을 집중하고 있다. 이에 따라 공안당국은 이 의원이 설립한 CN커뮤니케이션즈와 자회사인 길벗투어, 사회동향연구소 등 RO 조직원들과 연루된 업체의 자금 흐름도 추적하고 있다.

CN커뮤니케이션즈는 이 의원이 2005년 설립해 작년 2월까지 운영한 선거홍보대행사다. 설립 초기에는 대학 학생회 관련 사업을 하다가 점차 기초의원과 지방자치단체장·교육감 등 각종 선거사업으로 영역을 넓혔다. 채동욱 검찰총장은 이날 확대간부회의에서 “반국가적 범죄 실체를 신속하고 엄정하게 규명해 이런 체제 위협이 다시는 반복되지 않도록 엄중하게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이 의원은 이날 자신에 대한 내란음모 혐의에 대해 “어떻게든 (나를) 북한과 연계시키려고 안간힘을 쓴다”고 반발했다. 이 의원은 이날 오전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지난 총선을 일컫는 ‘혁명적 진출’에서 ‘혁명’을 문제삼는데, 민주당의 ‘엄지혁명’과 박근혜 후보의 ‘혁명을 만들어주십시오’라는 유세 발언은 문제가 없나”며 이같이 주장했다.

이호기/양병훈 h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