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세기 말 영국의 화가 로렌스 알마 타데마(1836~1912)의 ‘더 이상 묻지 마세요’는 그런 사랑의 포로가 된 연인들의 모습을 잘 보여준다. 푸른 바다를 배경으로 눈부시게 빛나는 태양 아래 사랑을 나누는 두 사람은 완전히 감정의 포로가 됐다. 둘은 서로의 몸과 마음에 자기 자신을 녹여버렸다. 그림의 제목처럼 더 이상 이유를 물을 필요도 없다. 둘은 그냥 함께 있는 것만으로도 행복하기 때문이다.
홍조 띤 표정의 여인은 마치 꿈을 꾸는 듯 몽롱해 보인다. 그는 연인에게 자기의 모든 것을 맡겨버린 것 같다. 사랑은 자기 자신을 버리고 상대편의 마음을 통해 세상을 바라보는 것이기 때문이리라.
불행하게도 도파민의 지속기간은 1, 2년 남짓. 사랑은 때때로 증오로 돌변하기도 한다.
바야흐로 바캉스의 계절이다. 낯선 이와도 쉽게 사랑에 빠지는 계절이다. 그것을 도파민의 탓으로만 돌리기에는 너무 삭막하다. 사랑은 삶을 지탱하는 가장 큰 힘의 하나이기 때문이다.
사랑으로 충만한 당신의 여름을 위하여!
정석범 문화전문기자 sukbum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