롱기스트는 변강쇠·옹녀상
니어리스트는 딱풀상
120개 치면 '본전 뽑고 가요상'
모임에서 ‘양싸부’로 통하는 양 프로는 초보회원에게 특별처방을 내렸다. 퍼터만 가지고 전반 8번홀까지 돌고, 이후 2개 홀에선 피칭웨지를 추가한 뒤 11번홀부터는 7번 아이언까지 들 수 있도록 했다. 처음엔 공을 띄우지도 못하던 성씨는 후반엔 아이언과 웨지, 퍼터를 자유자재로 사용하며 가끔씩 파도 기록했다. 그는 “양싸부 덕분에 골프가 이렇게 쉽고 재미있다는 걸 처음 알았다”며 감격했다. 양 프로는 “골프는 굴리는 운동”이라며 “누구든 퍼터부터 시작해 클럽 사용의 묘를 배우면 골프를 즐길 수 있다”고 조언했다.
명랑골프를 지향하는 에코골프단의 월례회에는 항상 웃음꽃이 만발한다. 이 모임의 총무를 맡고 있는 오용탁 BAT코리아 과장(39)은 “이제 막 골프에 입문한 ‘백돌이’부터 싱글, 프로까지 함께 모여 골프를 즐기는 모임”라고 설명했다. 에코골프단은 인터넷 공개 카페인 다른 골프 동호회와 달리 페이스북 비공개 모임이다. 2011년 처음 생긴 뒤 기존 회원의 추천을 받아 70여명으로 늘었다. 오 총무는 “친분 있는 사람들이 있어서 회원들이 적극적으로 활동한다”며 “덴마크 신발 브랜드인 에코가 모자 등을 적극 후원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필드에서의 웃음은 월례회를 마친 뒤 시상식에서도 이어졌다. 하수들을 배려한다는 모임 규칙에 따라 월례회에 참가한 20명 가운데 버디를 잡은 사람은 즐거운 마음으로 개당 1만원을 내고, 트리플보기를 한 사람은 개당 3000원을 부끄러워하며 받아갔다. “버디로 5만원을 걷었는데 트리플보기에 나간 돈이 10만원”이라는 오 총무의 말에 회원들은 폭소를 터뜨렸다.
상 이름도 재미를 더했다. 드라이버 샷을 가장 멀리 날린 사람에게 주는 롱기스트 상은 남자 부문은 변강쇠상, 여자 부문은 옹녀상으로 개명됐다. 공을 핀에 가장 가까이 붙였다고 해서 니어리스트 상의 이름은 딱풀상이다. 120개 이상을 친 회원에게 주는 상에는 그린피 이상을 즐겼다는 의미로 ‘본전 뽑고 가요 상’이란 이름을 붙였다. 휴대폰 보호필름을 생산하는 아이가드의 김승욱 대표(44)는 “내기보다는 웃으며 골프치는 분위기가 좋다”며 “왕초보부터 싱글까지 어울려서 라운딩을 하다 보니 배려와 이해 속에서 골프를 치게 됐다”고 했다.
초보회원과의 동반 라운드를 마다하지 않는 양 프로는 “프로가 회비를 내며 골프를 치는 동호회”라며 “여기서 젊은 회원들과 함께 라운딩을 즐기면서 골프의 트렌드를 파악할 수 있어 좋다”고 했다.
여주=서기열 기자 phil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