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리츠운용이 북촌으로 간 까닭
서울 종로구 계동 1의 36 계동빌딩. 안국역에서 북촌로를 따라 감사원까지 올라가면 맞은편에 보이는 검은색 벽돌 건물이다. 한적한 분위기의 이 건물에 메리츠자산운용이 지난달 말 새로 둥지를 틀었다. 그동안 금융투자회사가 여의도, 광화문, 강남 등 중심업무지역을 벗어나 사무실을 옮기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 정보를 접하기 쉽고 고객들과 지리적으로 가깝다는 이유에서다.

그렇다면 메리츠운용은 왜 북촌으로 회사를 옮겼을까. 김홍석 대표(사진)는 “제대로 된 주식 운용을 하기 위해서는 시장에서 한발 떨어진 곳에 있는 것이 낫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그는 “여의도 등은 너무 많은 정보가 흘러다니다 보니 중요하지 않은 뉴스들이 일종의 소음으로 작용하고 있다”며 “기업의 핵심 가치에 집중할 수 있는 곳에 사무실을 내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내부 인테리어도 다른 운용사와 사뭇 다르다. 측면에 유리 칸막이를 친 작은 방을 10여개 만든 뒤 1명 또는 2명의 운용역이 일할 수 있도록 했다.

직급에 상관없이 각 방의 면적은 거의 같고 직급을 표시하는 명패도 걸지 않았다.

이처럼 ‘벤처 스타일’로 공간을 꾸민 이유에 대해 김 대표는 “팀 내에서 연차나 직급에 따른 위계질서를 없애기 위한 공간 배치”라고 말했다.

김 대표는 라자드자산운용에서 9년간 주식 운용을 하다가 지난달 말 같은 팀에 있던 4명의 직원과 함께 자리를 옮겼다. 2008년 10월 설정된 ‘라자드주식형투자신탁’ 펀드가 올 3월 말까지 4년6개월간 112.24%의 누적수익률을 기록하는 등 김 대표는 가치투자로 높은 수익률을 꾸준히 내왔다.

그는 “장기적으로 성장이 예상되지만 저평가돼 있는 기업들을 찾아내는 투자 방식을 메리츠운용에서도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조귀동 기자 claymor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