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희영이 15일 캐나다 온타리오주 워털루의 그레이사일로GC 18번홀에서 열린 미국 LPGA투어 매뉴라이프파이낸셜클래식 연장 세 번째 홀에서 버디 퍼팅을 성공시켜 우승을 확정한 뒤 손을 번쩍 들어 환호하고 있다. /AP연합뉴스
박희영이 15일 캐나다 온타리오주 워털루의 그레이사일로GC 18번홀에서 열린 미국 LPGA투어 매뉴라이프파이낸셜클래식 연장 세 번째 홀에서 버디 퍼팅을 성공시켜 우승을 확정한 뒤 손을 번쩍 들어 환호하고 있다. /AP연합뉴스
박희영(26·하나금융그룹)이 미국 LPGA투어 매뉴라이프파이낸셜클래식(총상금 130만달러)에서 연장전 끝에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역대 LPGA투어 최소타 타이 기록도 세웠다.

박희영은 15일(한국시간) 캐나다 온타리오주 워털루의 그레이사일로GC(파71·6330야드)에서 열린 대회 마지막 날 6타를 줄여 합계 26언더파 258타로 앤절라 스탠퍼드(미국)와 동타를 이룬 뒤 연장 세 번째 홀에서 버디를 잡아 파에 그친 스탠퍼드를 따돌렸다. 2008년 LPGA투어 데뷔 후 96번째 대회인 2011년 11월 타이틀홀더스대회에서 첫 승을 올린 이후 1년8개월(39번째 대회) 만에 승수를 추가했다. 우승상금은 19만5000달러(약 2억2000만원)다.

박희영과 스탠퍼드가 72홀에서 작성한 258타는 역대 LPGA투어 최소타(타수 기준) 타이 기록이다. 파71 코스에서는 처음 나왔다. 이전에는 캐런 스터플스(영국)가 2004년 웰치스 프라이스 챔피언십 파70 코스에서 합계 22언더파 258타를 기록했다. 파72 코스에서는 2001년 스탠더드 레지스터 핑에서 아니카 소렌스탐(스웨덴)이 합계 27언더파 261타를 쳤다.

○막판 5개홀에서 4개의 버디

1타 차 단독 선두로 최종라운드에 임한 박희영은 1, 11번홀에서 2개의 버디만 잡는 데 그쳐 13번홀까지 6타를 줄인 스탠퍼드에 3타 차로 역전당했다. 그러나 박희영은 후반 들어 아이언샷이 호조를 보이면서 14, 15번홀에서 잇따라 2m 이내의 버디를 잡아내며 1타 차 단독 2위로 올라섰다.

박희영은 17번홀(파3·152야드)에서 7번아이언 티샷을 홀 1m 옆에 세워 버디를 낚으며 공동 선두가 되는 데 성공했고 ‘이지홀’인 18번홀(파5·471야드)에서도 버디를 추가했다. 박희영은 막판 5개홀에서 4개의 버디를 잡아내는 무서운 집중력을 과시했다.

왼손을 등 뒤에 댄 채 한 손으로 연습 퍼팅을 하는 박희영은 “대회 기간 내내 항상 같은 루틴으로 퍼트하려고 노력했다”며 “연장전에 들어가서도 ‘복잡하게 생각하지 말자’고 스스로에게 말하며 긴장하지 않으려고 했다”고 설명했다.

○“상금으로 강아지 사겠다”

박희영, 막판 5개홀서 버디 4개…'불독' 근성으로 72홀 최소타 우승
박희영은 경기 후 공식 인터뷰에서 상금으로 무엇을 하고 싶으냐는 사회자의 물음에 “특별한 것을 생각해 보겠다”며 “강아지를 살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2011년 11월 CME 타이틀홀더스에서 LPGA 투어 첫 샴페인을 터뜨린 뒤 집을 사겠다고 포부를 밝히기도 했다.

박희영은 올 시즌 톱10에 든 대회마다 절친한 친구들이 따라다녔다며 벗들에게 고마움을 나타냈다. 미국과 캐나다에 친구 5명이 있다고 소개한 그는 “7위를 한 크라프트나비스코 대회 때 친구가 응원을 왔고 3위에 오른 숍라이트클래식에서도 뉴욕에 사는 친구가 기를 북돋워줬다”며 “이번에도 토론토 친구가 옆에서 응원을 펼쳤다”고 설명했다.

박희영은 “이번주 정말 많은 퍼트를 했는데 운이 좋았고 결과도 훌륭했다”며 “점수에 개의치 않고 오로지 샷에 집중한 것이 효과를 봤다”며 최저타를 친 원동력을 공개했다. 또 “챔피언조로 오후 늦게 라운드를 시작하는 드문 경험을 했는데 평소와 다름없이 리듬을 유지하려고 노력했다”고 덧붙였다.

○박인비 한 라운드 이글 2개

4개 대회 연속 우승에 도전했던 박인비(25·KB금융그룹)는 합계 16언더파로 공동 14위에 그쳤다. 박인비는 10번홀(파4)에서 두 번째 샷이 그대로 홀로 빨려들어가 이글을 기록한 데 이어 18번홀에서 ‘2온’에 성공한 뒤 3m 이글 퍼팅을 성공시켰다. 박인비는 나흘간 60대 타수(65-67-68-68타)를 기록하며 선전했으나 퍼트가 부진했다.

한은구 기자 tohan@hankyung.com

박희영 누구인가 체육인 집안…여고때 국가대표 지낸 신인왕 출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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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희영(26·하나금융그룹) 집안에는 운동 선수 출신이 많다. 기계체조 선수 출신으로 서울대 체육과 교수를 지낸 할아버지 박길준 씨(85)는 한양CC 클럽챔피언을 지낸 ‘아마 고수’였다. 박희영은 “집에 연습장도 있었고 클럽을 직접 만들기도 했다. 할아버지는 제 어린 시절 골프 스윙의 기본 틀을 잡아주셨다”고 말했다.

아버지 박현섭 대림대 사회체육학과 교수는 테니스 선수 출신이고 어머니도 운동 신경이 남달랐다. 동생인 박주영(23·호반건설)은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 선수다. 이런 분위기로 인해 집안 모임이 열리면 골프를 주제로 열띤 토론을 벌이기도 했다. 박희영은 “스윙할 때 어느 순간에 힘을 쓰면 많이 흔들린다거나 퍼트할 때 체중을 어디에 실어야 더 좋아진다는 등 몸의 움직임에 대한 토론을 한다. 라운드 도중 화장실에 갔다 나오면 체온이 떨어지니까 물도 마시고 안정을 취한 다음 천천히 스윙해야 한다고도 얘기한다”고 말했다.

초등학교 4학년 때 골프를 시작한 박희영은 한영외고에 다닐 때인 2003년부터 2년간 국가대표를 지냈다. 2004년 아마추어 자격으로 출전한 국내대회 하이트컵에서 우승한 뒤 2005년 프로로 전향했다.

2005년 파브인비테이셔널에서 우승하는 등 KLPGA투어 신인왕을 차지했다. 국내에서 뛰던 시절 ‘로켓’으로 불릴 정도로 쭉 뻗어가는 드라이버샷이 일품이었다. 올해 평균 비거리는 252.

87야드로 LPGA 전체 47위, 평균 타수는 71.69로 전체 30위를 달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