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강관 생산량 1위 기업 세아제강의 이휘령 사장(52·사진)은 지난 14일 기자와 만나 “미국 내륙에 매장된 셰일가스(암석층에 있는 천연가스) 개발이 본격화되면 이를 수송하기 위해 파이프라인(강관) 등의 수요가 늘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세아제강은 연 7조원대 매출을 올리는 철강전문 세아그룹의 주력사다. 연 110만t의 강관과 스테인리스(STS) 강관, 아연도금강판, 컬러강판 등을 만들어 생산량의 60%를 수출한다. 수출 물량 가운데 미국 판매량이 50~60%를 차지한다.
이 사장은 “설비 투자가 어느 정도 진행돼 수송비 부담이 적어지고 LNG 가격이 오르면 셰일가스 개발이 본격화될 것”이라며 “그땐 세아의 강관 판매량도 급속히 늘어날 것”이라고 예상했다. 세아제강은 미국발 셰일가스 붐에 특수를 볼 것으로 기대됐던 업체다. 셰일가스를 개발하려면 한 광구마다 수십~수백개의 관을 꽂아야 한다.
이 회사는 지난 1분기 5640억원의 매출과 558억원의 영업이익을 냈다. 철강 경기 부진 속에 10%에 가까운 영업이익률을 냈다. 이 사장은 “1분기엔 단기 프로젝트 수요가 늘어나는 등 운이 좋았다”며 “그동안 진행해 온 제품 고부가 전략이 효과를 봤다”고 설명했다. 세아제강은 작년 10월 포항 강관공장에 생산후공정설비를 완공, ‘맞춤형 생산라인’을 갖췄다. 강관을 해외 가공업체에 파는 게 아니라 열처리와 나사작업 등 마감공정을 거친 뒤 필요한 업체에 넘겨 수익성을 높였다.
그는 “철강경기가 좋지 않아 주력 제품인 강관값이 많이 하락했다”며 “올해는 힘겹게 버티는 한 해가 될 것이며 숨고르기와 내실 다지기에 주력할 것”이라고 했다. 이 회사는 작년 9월 강관생산 업체인 동국R&S 포항공장을 사들이고 SPP강관을 인수하는 등 덩치를 키우는 투자를 했다. 현재 창원, 군산, 포항 등 각 공장을 품목별로 ‘교통정리’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 이 사장은 세아그룹 창업주 고(故) 이종덕 명예회장의 장녀 이복형 여사의 장남이다.
김대훈 기자 daepun@hankyung.com